도둑고양이 연구 파랑새 그림책 69
이자와 마사코 지음, 히라이데 마모루 그림, 이예린 옮김 / 파랑새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참 특이한 책이다. 만 하루동안 주인공 어린이가 도둑고양이 나오스케의 하루를 관찰하고 그 행태를 꼼꼼하게 적은 관찰일기인데, 이런 소재와 발상으로 재미있는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 이 책을 읽어주면서 내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역시 일본답다'라는 생각.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흥미를 붙이고, 재미를 찾는 일본인의 모습이 잘나타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개를 더 친근한 동물로 여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인들은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지만, 작가가 고양이 연구 전문가라는 점도 눈길을 끌고, 꼬박 만 하루 동안 새벽부터 그 다음 날 새벽까지 도시락을 싸기지고 다니면서 고양이의 행로를 따라갔다는 점도 특이하다. 아침부터 회사 가서 밤늦게까지 일하다 오는 게 삶의 전부인 줄 아는 보통 사람이 보기엔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싶기도 하고, 이런 소재로도 책이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호주에서 민박한 한 경험이 있는 언니 애기를 들으니, 그 곳 사람들은 여가 활동으로 새를 키워가며 관찰일기를 쓰고 새 키우는 동호회를 만들어 같이 토론도 하고 새먹이로 뭐가 좋은지 정보도 교환하고(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한다던데, 이 책의 주인공도 고양이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며 고양이가 움직인 경로, 식사 시간, 배변 횟수, 잠자는 시간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어 무심코 지나쳤던 고양이의 습성을 새삼 알게된다.  

첫째에게 이틀어 걸쳐 읽어줬는데 내용의 세부적인 것을 짚어나가는 데서 아이는 나보다 더 정확하다. 앞페이지에서 나온 고양이의 이름이나 습성 등을 기억해내는 것을 보면.

내가 읽어 준 다음 날, 아이는 다시 한번 이 책을 꺼내 혼자 읽어내려가다가 '엄마, 여기 시치미가 아니고 시미치가 있어' 하고 지적한다. 무슨 소린가 싶어 아이가 가리키는 9쪽을 보니, 주인공 아이가 고양이 나오스케를 따라가는 장면에서 '숨을 곳이 없으면 시치미를 떼야지요'라는 부분에서 '시치미'로 써야할 것이 '시미치'로 잘못 인쇄되어 있다. '참 눈도 좋다, 어떻게 이런 걸 찾아냈니, 엄마가 내일 출판사에 전화해서 글씨가 틀렸으니 바꾸라고 할께' 하고 칭찬해 주었다.    

 

(사족) 아이가 근데 왜 이런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부르냐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부르는 것부터 명칭을 바꿔야겠다. 도둑고양이라, 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간 중심의 호칭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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