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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 김점박
김정선 글.그림 / 예림당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에게 주로 일본과 서양의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나 또한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에 대한 갈증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나도 한국인인데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어쩌다 기대를 가지고 접하는 우리나라 그림책에서 느끼는 실망은 어쩔 수 없다.
<내동생 김점박>은 도서관에서 빌려와 둘째가 제법 잘 본 책이다.
(제법 잘 본 책=3회 이상 본 책)
아마 외국에서 무슨 상도 받고 그랬다는데 내가 보기엔 별로다.
이 책은 <상상력이 부족해 사실주의로 흐르는 우리나라 그림책>의 한계를 담고 있다. 강아지를 동생처럼 돌보는 아이의 일상이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긴 하나 <그게 다>이다. 작가의 어릴적 실제 이야기라는데 실제 이야기답게 그냥 사실로 끝난다. '강아지를 사랑했는데 어느 날 강아지가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가을동화, 겨울연가처럼 여운만 남기는.
(헉, 이게 다야? 강아지는? 그래서 강아지는 어떻게 된거냐구?)
뭐 그 자체로 담백하지 않냐고, 순수하지 않냐고 누군가 반문할지도 모른다. 맞다. 담백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왜 유아그림책이 담백하고 순수해야 할까. 배용준, 최지우의 러브스토리도 아닌데.
둘째가 이 책을 곧잘 본 것은 제 또래의 주인공이 나와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지 마지막에 강아지가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약간은 허무하고 충격적인(?) 결말까지도 모두 수용해서가 아니다.
채인선 작가의 <딸은 좋다>를 보고도 느낀 것이지만, 우리나라 작가들 그림책에는 아이들 눈높이가 아닌 어른 눈높이에서 그려놓고, 그걸 어른들이 차 한잔 마시며 옛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책이 많다. 처음에는 표지만 보고 '앗싸, 저건 내 두 딸을 위한 책이야'하고 냉큼 구입했지만 보면 볼수록 이건 딸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딸을 둔 엄마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들의 감성과 추억에 호소하여 만들어진 기획상품, 그 기획상품의 감성마케팅에 보기좋게 속아 넘어간 나. 물론 명작카페 알기 훨씬 전의 일이긴 하지만.
<내 동생 김점박>도 어른이 읽고 '맞아, 옛시절 나도 강아지와 저런 추억이 있었지', 하며 그 여운을 느끼기에는 괜찮지만 유아용 책으로서는 빈약한 상상력을 사실주의로 대체한 볼품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