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기관차 1414
프리드리히 펠트 지음, 백석봉 그림, 유혜자 옮김 / 꿈터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빼어난 그림이 형편없는(?) 번역을 살린 경우다. 사실 번역에 대해서는 내가 독일어로 된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뭐라 할 처지는 못된다. 다만 그간 읽어 본 유혜자 번역의 작품들(좀머 씨 이야기 등) 중에 재밌는 책이 없었고, 1414를 읽혀 본 여러 엄마들이 유혜자의 번역에 대해 혹평을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뿐이다.   

 

 사실 독일 작품들이 원래 다 이렇지 않을까, 어쩐지 영미권 작품들에 비해 통통 튀는 유머나 재치도 없고, 왠지 무겁고, 왠지 진지하고, 왠지 철학적이고,,, 이런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톤으로 이어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유혜자의 번역에 대해서는 나도 좋은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다.  


내용은 '61년 동안이나 같은 선로만을 달리던 기관차 1414가 휴가를 받아 기관사도 없이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관차 이야기라는 것 말고는 이야기가 특별히 재밌거나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아니다. 사실 백석봉의 그림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평범한 책으로 묻혔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그런데 저 표지 그림을 보라. 저 표지 그림을 보는 순간 아이들이 홀딱 빠져버릴 것 같지 않은가? 기차를 타고 뿌뿌~ 기적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달리고 싶은 동심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멋진 그림이다. 파란 색 잉크로만 그린 본문 속 그림도 더할 수 없이 훌륭하다.(그렇다고 디카로 찍어 올리는 그런 귀찮은 짓은 안한다.^^) 처음엔 이야기가 독일 작품이니 그림도 독일 사람이 그렸을 거라 생각했을 만큼 그림이 이야기를 완벽하게 살려준다.  

 

그린이 백석봉의 약력을 보니 아이큐 점프에 '천자군'이라는 작품을 연재했고 주요 작품으로는 만화로 그린 '병신과 머저리', '감자', '배따라기', '흐르는 북' 등이 있단다. 뭐야, 이거 순 만화만 그리는 사람이잖아?   


허긴, 어떤 엄마가 스티븐 비스티와 데이비드 멕컬레이의 <성>, <로마>, <고딕성당> 같은 뛰어난 작품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그 남편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그림 잘 그리는 작가들 많아, 만화가들 중에'라고 했다던데 우리나라는 정말 화가보다 만화가들의 수준이 더 뛰어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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