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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사회 - 이상적 이미지를 넘어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알고리즘으로 도배된, 그것이 결국 그것인 콘텐츠를 무지성으로 훑어내린다. 반복되는 피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 유독한 중독성에 정신이 아득하게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스크롤을 쉬이 멈추지 못한다. 이런 SNS에서 파생되는 무한한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책, 다큐멘터리, 영상 등과 같은 콘텐츠도 그에 따라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지만 어쩐지 이것마저도 SNS 알고리즘 파고에서 느끼는 피상적인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당장 내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피부를 스칠 수 있는 방법을 갈구하며 《환상사회》를 읽어본다.
이상과 실제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서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이상의 요구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과 혐오, 냉소가 된다. p.31

SNS이 현대인에게 선사하는 다양한 해악이야 더 보태지 않아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하지만 《환상사회》의 저자는 이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SNS나 혹은 미디어가 제시하는 왜곡된 이상이라는 '이미지'가 현실과 조우하며 빚어내는 괴리 속에서 발생하는 우울과 불안, 강박과 무기력을 지적하며 현실과 이상이 전도되어 끝없는 허상(이미지)만을 쫓게 되는 현시대의 인류를 '호모 판타즈마'로 정의한다. 이런 현상에서 파생되는 부정적인 정서를 '항시적-초조함'으로 명명하고 이를 시대적 감각으로 읽어낸다.
그래서 호모 판타즈마의 정서는 표류하는 듯한 느낌, 나만 버려진 것 같은 소외감, 서둘러 그 무언가를 쫓아가야 할 것 같은 초조함, 그리고 근본적으로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이 그리 단단하지 않고 허깨비 속에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다. 이러한 정서를 한마디로 '항시적-초조함'이라 말할 수 있다. p.52

나-되기의 모순과 항시적-초조함 속에서 탈진해가는 현실, 나아가 '우울증적 쾌락'과 '반성적 무기력'의 냉소 가운데서 지도를 잃은 시대의 삶에 관해 나름대로 돌파구를 제시해 보게 될 것이다. p.59
1부에서는 이렇듯 현상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며 해석을 더하고 2부에서는 15가지의 방법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상이라는 '이미지'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자신의 결핍을 직시하고 그 결핍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는 방법론은 '자기-세계'의 구축이라는 큰 맥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되기'라는 모순된 정체성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주체적으로, 현재와 현실을 기민하게 감각하기를 제언한다. 하나의 완벽한 '이미지(이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삶의 다면성과 다양한 인생의 경로를 '인생은 복수선'이라는 경험에 빗대어 일러준다. 또 이미지 속의 타인(유령)이 아닌 현실의 실존하는 타인과의 심도 있는 관계를 강조하기도 한다.

인문학적으로 현상을 해석하면서도 여러 가지 실천적인 방법을 다루는 것이 여타 비슷한 부류의 책과는 다른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법론을 제시하는 2부에서는 저자의 자녀에게도 들려줄 바람으로 그 내용을 고심했다고 한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나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 거시적인 구조론적 접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별론에 두고 당장의 현실을 살아가는 한 개인에게 초점을 둔 실재적인 방법들이 당장의 나에게는 더 유용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지사. 온갖 욕망으로 점철된 이미지의 세계를 부유하던 유령에서 현실이라는 대지 위에 발을 딛는 감각을 어렴풋이 느껴본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