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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액션 1 - 될지 안 될지 모르고 덤볐던 영화감독 31인의 분투 논픽션 ㅣ 나의 첫 번째 액션 1
주성철 외 지음, 한국영화감독조합 외 기획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묵직한 두 권의 책을 받아들며 분량에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느긋하게 읽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감독 31인의 필모그래피를 슥슥 훑어보며 본 것과 자주 본 것, 언젠가 보려고 했던 것을 가늠해 보며 아는 감독과 모르는 감독의 이름도 속으로 헤아려본다. 씨네필은 아니지만 '비하인드'와 같은 작품 외적인 이야기는 또 흥미를 끄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콘텐츠는 기막히게 찾아보곤 하는데 《나의 첫 번째 액션》도 그런 맥락에서 '영화감독들의 고군분투 첫 데뷔'를 다루었으니 과연 흥미롭게 읽힌다. 새로이 궁금해지거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자꾸 생겨서 연휴 내내 책 읽다가 영화 보다가를 반복했다는 후문.

단호하게 나의 어리광을 내가 받아주지 않는다. 내가 세상에 무슨 도움 되는 일을 했다고 나의 불평을 받아주나. p.128, 변영주
'NG만 가득했던 거장들의 취준생 시절', 감독들의 '처절하고 찬란한 청춘이라는 장르'라는 카피가 잘 설명해 주듯이 《나의 첫 번째 액션》은 각 감독들의 첫 데뷔까지의 청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비단 같은 분야의 꿈을 가진 청춘들뿐만 아니라 방황하고 고군분투하는 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게 읽힌다. 그들을 설명하기에 '열정'이라는 단어는 너무 뜨겁기만 하고 '성실'이라는 단어 또한 너무 느긋하기만 하다. 자꾸만 엎어지는 그들의 시나리오처럼 그들의 인생 또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지만 끊임없이 그들을 추동하는 것은 '영화'라는, 감히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어떤 무엇이 여전히 생동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거장으로 칭송받는 감독도 혹한의 시절, 잘나가는 다른 이를 시기하며 그런 에너지로 버텼다는 고백 앞에서는 사람은 결국 비슷한 구석을 품고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가늠하는 감독 앞에서는 스스로를 반추하며 겸허해지기도 했다. 확신이 없는 차가운 미래를 바라보며 냉정한 현실을 살아내고 버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그 뜨거움에 스스로 종종 데이기도 하면서 단단해지는 시간들을 또 다른 한 편의 영화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영화감독이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생애 첫 번째 슬레이트를 치던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새끼손가락이 끼어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너는 무슨 슬레이트 치는 것도 NG를 내냐."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p.163, 봉준호

가끔은 둔하고 무신경한 것이 치밀함을 능가할 때도 있는 것이다. 물론 뭔가 명쾌하지 않은 얘기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건 인생이건 적당히 모호한 어떤 것이 남아 있을 때 매력적인 것 아닌가. p.59, 박찬욱
뜨거운 여름에 유난히 취약하고 뜨거운 음식 앞에서 겸손해지며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는 옅은 알레르기까지 동반하는, 도통 '뜨거운 것'과는 상극인 성정을 지닌 나에게 그들의 '뜨거운' 열정 혹은 열망은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 마음, 그러니까 무언가를 지독히도 원하고 기필코 이뤄내고 싶다는 그 뜨거운 마음을 바탕으로 길게는 십수 년을 헌신하며 기어코 버텨내는 동력에 대한, 이런 나의 얄궂은 호기심에 《나의 첫 번째 액션》은 애정 어린 일갈을, 잔잔한 위로를, 혹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슥 보여주며 현답을 갈음한다. 나에게는 하나의 답이 되었던 31가지의 이야기가 다른 이에게는 또 의미를 지니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