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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된 전쟁 -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허상이 가린 두 개의 내전
박홍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아주 공교롭게도 《은폐된 전쟁》이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채로, 추석 연휴에 라이브로 중계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뉴스로 보게 되었다. 중국과의 기술·무역·관세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미국이 쥐고 있던 세계 패권이 스러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양국의 만남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관리된 휴전'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남기며 마무리되었다. 이번 회담을 두고 실리적 성과를 앞세운 미국과 G2라는 대등한 정치적 위상을 선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미·중 패권 경쟁의 허상'을 다루는 부제에 흘깃 눈길이 가며 슥 흥미가 이는 것은 과연 당연한 전개였던 것이다.

저자는 먼저 미중 관계 속에서 발견한 '이상한 장면들'을 예시로 들어주는데 그 장면들은 양국이 서로를 대하는 말과 행동이 서로 상충하고 모순된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단순히 '국가 대 국가'라는, 국가를 하나의 단일체로 뭉뚱그려 보는 국가 중심적 시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권력'을 중심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제언한다. 이러한 통치 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관점을 통해 여러 장에 걸쳐 과거에 양국이 내린 정치외교적 결단과 변모해온 국제 관계 양상을 통치 권력을 중심으로 대내외적인 사건을 세세하게 톺아보며 해석해 보는 것이다.

상호 충돌은 미중 양국에 자해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핵 억지력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만약 향후 미중 대립이 격화된다면, 그것은 승자 독식과 같은 군사 충돌 방식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의 대립이며, 패자도 일정한 이익을 가져가는 비영합적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p.49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국가 대 국가의 명운을 두고 싸우는 거국적인 패권 전쟁으로 보이나 실은 그렇지 않다. 그 실상은 '국가'라는 탈을 쓴 '권력'이라는 존재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기와 갈등, 이를테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 혹은 정치적 입지, 사회적 분열, 경제적 위기 등을 외부로 환기시키기 위해 대외적으로 연출된 전략적인 대립에 가깝다는 것이다. 양국은 대외적으로 서로 관세와 영토 분쟁을 들먹이며 파국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두 나라 모두 견고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결코 파멸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갈등을 대내적 결집 수단으로 활용한다.
"평화는 비밀스러운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평화 아래서 수행되고 있는 전쟁을 해석해야 한다. 평화 그 자체는 암호화된 전쟁. 우리는 서로 전쟁 상태에 있다." (푸코) p.59

향후 한국이 적절한 외교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이처럼 외교가 국내 정치의 '인질'이 되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외교를 정치 세력 간 진영 논리의 소산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p.318
깊이 있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중심의 국제 정세에 관한 책을 읽거나 관련한 시사 관련 뉴스나 콘텐츠를 종종 접하고는 하는데 《은폐된 전쟁》은 그보다 더 디테일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권력'의 구조, 습성, 생태 등과 같은 관점에서 왜곡된 패권의 측면을 입체적으로 파헤치는 점이 가장 큰 특장점. 일면 냉정하게 짜인 정치외교적 셈법 속에 '은폐된 전쟁'이라는 이면을 바라보며 여지없이 한국의 태세가 걱정되기도 한다. 넌더리가 나는 구태의연한 진영 논리에서 탈피하여 기민하게 국익과 실리를 챙기는 외교 전략이 더욱 갈급해지는 시대, 일독이 필요한 시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