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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시럽 뿌리기 - 셋셋 2026
이영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과연 '상처에 뿌리는 시럽'은 달콤할까. 그것이 씁쓸한 냄새를 풍기는 연고이든, 달콤한 향기를 머금은 시럽이든 상처 위에 뿌리는 모든 것은 결국 따갑고 쓰리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며 《상처에 시럽 뿌리기》를 펴서 읽는다. 소설 4편과 시 10편이 실린 한겨레출판 문학 앤솔러지 '셋셋' 시리즈는 신춘문예나 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독자, 출판사라는 '셋'의 만남을 '셋(set)'한다는 의미. 작년 《셋셋 2025》와 비교하니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거기에 시까지 더해져 더욱 다채로워진 느낌.

타인을, 타인의 사정을, 타인에게 가해진 폭력을 외면하던 화자는 '모르는 개'를 매개로 이를 극복하며 '좀 아는 개'를 데리러 간다. 상황과 사람을 기민하게 읽지 못하던 어린 시절 속 아버지를 현재의 아버지가 된 자신이 비로소 이해하게 되고, 어머니의 그림자를 밟았던 화자 또한 자신의 그림자를 목도하며 깨닫게 된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엄마와의 재회에서 끝내 얽힌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끝나는 어떤 상처도 있다. 또 어긋나고 단절된 존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연결을 말하고, 사회적 상처에 체념하면서도 결국은 포기하지 않는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그냥 좀 아는 개야." p.37, <모르는 개 산책>
화자는 독자를 과거로부터 새겨진 상처를 들여다보도록 자꾸만 부추긴다. 외면으로 단절된 관계, 상대에 대한 원망 혹은 죄책감, 존재의 상실, 어리숙하고 부주의했던 그 시절이 남긴 상흔을 더듬어간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 한두 개쯤은 있기 마련이기에 기어코 나의 상처로 침습해오고야 마는, 결코 달달할 수만은 없는 이 여운을 그저 목도할 뿐이다. 어떤 상처는 종종 곪아버리고, 어떤 상처는 끝내 짙은 흉터를 남기겠지만 이곳에서 '완쾌'는 사이비 위약일 뿐이고 우리는 그저 과거가 남긴 상처라 불리는 어떤 것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나 슬픈 일을 바로잡기 위한 상상은 결국 그 슬픔을 더 선명하게 만들 뿐이었다. p.57 <여름의 갈래에서>

얼른 털고 일어나지 않으면, 그런 상처를 품고 산다면 그것은 유해하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는 선택할 수 없는 상처라 불릴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쌓인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인생의 여타 이치가 이미 그러한 것처럼, 시간이 쌓이면서 비어있던 간극에 '이해'라는 경험이 채워지며 상처의 빈틈이 메워지기도 하고 혹은 끝내 빈자리로 남은 채 아물지 못하고 굳어지기도 한다. 이쯤에서 다시 제목을 생각해 보게 된다. 상처에 뿌리는 시럽. 치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무용하지만 활자를 읽어오며 그것은 더 이상 목적이 되지 않는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