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가성비 - 대한민국, 누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
정욱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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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희고 커다란 4절지에 물감을 가지고 '통일'이라는 주제로 포스터 그리기 숙제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어린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였고 그저 통일이라는 것은 국가가 응당 지향해야 할 하나의 당위 정도로만 생각하며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그려냈다. 분단국가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배우며 자랐지만 현실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한미 연합 대응 훈련, 세계 군사력 순위, K-방산 등과 같은 국방 소식이 더 익숙하게 들린다. 더불어 최근 각자도생이 되어버린 국제 정세 속에서 '자주국방'의 의미가 더욱 강렬해진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와 지난 2월 서해에서 미·중 전투기가 대치하는 사건으로 안보 자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화두에 오르기도 했던 터라 낯선 주제임에도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지난 정권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국방 정책과 결과를 기술하며 여러 패착들을 분석한다. 이러한 패착을 저자는 '자주국방의 비애'라고 칭하지만 역설적으로 자강의 길은 그 '비애' 속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첨예한 현안들 또한 자세하게 살펴보며 그 허와 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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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를 '자주국방론의 비애'라고 부른다. 비애를 외면하면 자주국방은 실패의 반복을 낳는다. 반대로 비애를 직시할 때만이 자강의 길이 열린다. 이 책은 바로 그 비애를 분석하고, 반복을 끊기 위한 실천적 상상력을 모색한다. p.9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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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시와 전시로 쪼개놓은 작전권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도 하지만 전작권을 회수하는 일련의 과정 또한 굉장히 모순적이다. 전작권 환수가 '기간'이 아니라 '조건'으로 변경되면서 그 기준을 충족하고 한국군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한국이 미국에 지불해야 하는 무기 구입비나 방위비 분담금 등과 같은 동맹 비용이 증가한다. 이와 같이 자주국방을 이룩하려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동맹 의존도와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과도한 군비 증강은 북한을 더욱 자극하여 군비 경쟁을 부추겨 한반도 평화 증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또 다른 딜레마에도 빠지게 되는 것이다.






 구태여 설명을 더할 필요도 없이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의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하여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와 변화한 북한의 위상 또한 현실을 적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이제 사실상을 핵을 보유한, 하나의 정상 국가라는 실제적인 인식 바탕으로 국방 계획을 현실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유사시 북한을 무력으로 흡수 통일하겠다는 관념적인 목표를 폐기하고 영토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축소한다면 그동안 허비되었던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과감한 전환으로 '가성비'있는 자주국방의 토대를 닦아야 할 것을 제언하는 것이다. 







 이렇듯 조선은 '가난하고 고립된 핵개발국'에서 '가난과 고립을 탈피하는 핵보유국'이 되고 있다. '무너질 북한'이 아니라 '강해지는 조선'을 인식과 정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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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던 것은 과거의 낡은 국방 안보 관념을 타파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제 더 이상 명분도, 더하여 실리도 취할 수 없다는 엄혹한 현실과 '우리가 바라던'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마주하는 현실적인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이라는 기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는 감각에서 비롯한 구조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함께 통감한다. 《자주국방의 가성비》에서 말하고 있는 '가성비'란 안보를 타협하는 것이 아닌, 부당한 군비 부담 지출을 정리하여 관념적인 자주국방에서 벗어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자강 방안의 모색일 것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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