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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관습적으로 외치는 '평등'이라는 고귀한 가치는 결코 쉽게 평형을 이루는 법이 없다. 저자는 불평등 체제 속에서 평등을 지향하면서도 정작 그 사회 구성원의 개혁 의지는 그에 한참 못 미치거나 불평등 체제를 방조하는 피라미드 구조의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 체제를 추구하는, 아주 모순적인 인식을 지적하며 우리가 '불평등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있고, 이에 대항하는 '스웨덴식 보편복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왜 이런 모순적인 인식을 지니게 되었는지, 스웨덴식 복지국가 모델은 어떤 것인지, 우리가 앞으로 추구하고 행동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 두께를 자랑하는 《평등사회 프로젝트》를 차분히 읽어나가는 수밖에….
피해자를 양산하는 불평등체제가 무너지고 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내 글은 가시처럼 목에 걸려야 한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 낯선 그림들, 그리고 많은 통계치와 도표는 가시가 되어 독자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불현듯 가시의 불편함이 되살아나면, 책을 펼쳐서 가시가 된 통계표와 그림을 찾아보고 질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주면 좋겠다. p.29

우리의 모순적 인식을 지배하는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은 없다"라는 제1명제, "불평등은 정당하다"라는 제2명제, "대안적 평등사회는 불가능하다"라는 제3명제로 이루어져 있다. 제1명제는 한국 사회의 '수저 계급론'으로 깨졌으나 제2명제는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상승 이동 기회가 공정하게 제공된다는 착시를, 제3명제는 현실적으로 대안적 평등사회에 대한 경험적 증명이 부재한 상황에서 체념의 정서를 제공하며 기득권 지배 계급의 불평등한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안적 평등사회의 부재'는 동유럽 공산 정권의 붕괴, 국가사회주의 실패 등의 역사적 맥락에서 더 공고해지는 측면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자본과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수호하고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반면 이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를 끌어나가는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노동-여성·청년 동맹이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을 통해 포지티브섬 게임을 제도화하며 최소수혜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상생하는 평등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그것이 촛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응원봉의 성공을 실현하는 평등사회 프로젝트다. p.28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저자는 경험적 증명을 차근차근 수행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비개혁주의적 개혁'에 관한 논지를 전개한다. 평등사회에 대한 불신을 부식시키기 위하여 불평등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주체적으로 사회 연대를 구축하여 그들을 구심점으로 세력화하고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방향은 스웨덴식 복지국가 모델을 차용하는데 '렌-마이드너 모델', 황금 삼각형 등을 여러 통계와 그래프를 통해 세세하게 살펴본다. '보편주의 복지'를 지향하는 스웨덴은 불평등 체제의 최소 수혜자들의 이익을 보편 사회 이익으로 규정하고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원칙(p.118)을 기본으로 하며 이런 원칙을 기반으로, 불평등 체제 속 노동자,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이 동맹이 되어 대항한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정당 중 하나인 스웨덴 사민당이 연속적으로 44년 장기 집권을 하면서 이룩해낸 복지 성과들이 곧 경험적 증거들이 되어 스웨덴의 평등사회를 이룩했다. 이 과정에서 LO(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는 결정적인 역할을 주도하며 노사 대타협 협력 모델인 살트셰바덴 협정, 렌-마이드너 모델 도입 등 복지 국가의 기틀을 닦았다. 이런 맥락에서 LO의 역할을 한국의 민주노총에서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를 위해 현시점 민주노총의 한계와 실패를 다시 되짚어보고 스웨덴 모델을 기준으로 미래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스웨덴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권력이 최대수혜자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최소수혜자까지 포용하는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p.588
한국의 노동 계급은 계급 형성에 실패했고 정치세력화에도 실패했다. 노동자 내부 임금 격차와 계급 분절, 낮은 조합 조직률, 소극적 이데올로기 주체 역할,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문제 외면, 대기업·정규직 이기주의 등 기득권 특수 이익에 매몰되어 있는 한계를 지적하고 주류 세력(남성·정규직)이 아직도 가부장적 질서를 탈피하지 못하며 여성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계급을 소외시키며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 사회에서도 극단적인 비호감 정서를 고취시키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이처럼 특정 기득권만을 위한 이익집단화 현상을 탈피하고 광장으로 나와 여성, 청년, 비정규직 등과 같은 소외 계층과 동맹을 형성하여 세력화하고 평등사회를 위한 보편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대항 이데올로기 헤게모니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여성 성차별 문제에 대한 남녀 간의 인식 차이는 현 사회의 젠더 갈등을 대변하듯 심각한데 성별 격차에 대한 인식 수준은 한국 여성의 경우 세계 여성 평균과 거의 같은 수준이지만 한국 남성의 성별 격차에 대한 평가는 서구 남성보다 더 긍정적(p.457)이라는 점은 그 인식 격차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영향으로 여성의 급격한 의식화 진전 현상과 반대로 페미니즘 백래시, 안티 페미니즘으로 인한 남성의 성평등 인식 퇴행 양상은 그 간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성 불평등 또한 심화하는 상관관계를 지적하며 성평등 복지 국가 건설이 평등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의제임을 설파하는데 이는 불평등 지배 세력이 자원, 권력, 이데올로기까지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재생산되기 때문에 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도 함께 해소해야(p.469)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은 경제적 불평등과 성 불평등에 대한 비판 의식과 불만이 강하기 때문에, 평등사회 대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 복지국가 건설의 지지 의견은 훨씬 더 강화될 수 있다. (…) 성 불평등 지배 질서에 대한 불신이 대항 세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으로 대체되어야, 성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성평등 실현을 위한 긍정적 분노로 전환될 수 있다. p.521

저자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서 '불평등 이데올로기'에 대항하여 노동과 여성, 청년이 동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불평등 체제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이 결합하여 구조적 불평등을 깨부수고, 세력화하여 하나의 주류가 되어 개혁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스웨덴이라는 평등사회의 이상향을 톺아보며 역설적으로 한국의 현 사회가 더욱 절망적으로 느껴졌는데 그래도 저자는 지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응원봉의 향연을 경험적 희망으로 이야기한다. 광장에 모인 2030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연대하는 방식, 다종다양한 차별의 언어와 단호하게 일별하며 보다 더 진일보한 사회를 갈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을 따라 노동자이자, 여성이자, 청년인 스스로도 '평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