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정회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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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나이를 묻는 질문에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를 고민하다가 출생 연도를 말해버리고 만다. 새삼 생각하니 나이를 세는 셈법이 뭐 이리 복잡한지. 게다가 여기에 빠른 연생이 더해지면 사회에서 맺는 관계 속 서열 정리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이토록 복잡하고 민감한 나이 셈법은 '나이' 그 자체가 한국 사회 속에서 하나의 계급과 권력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누구나 무람없이 나이를 묻는다. 스스로도 나이를 묻는 타인의 질문에 그다지 문제의식 없이 답하며 자연스럽게 관계 설정의 도구로 이용되었고 나 또한 그렇게 이용해왔다. 그러나 《나이 묻는 사회》는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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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나이로 재단하는 순간, 그는 고유한 삶을 지닌 주체가 아니라 그저 나이라는 틀에 묶인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만 여겨지고 만다. 개인을 개인으로서 평가하지 않는 집단주의적인 한국 사회의 속성이 연령차별주의에도 담겨져 있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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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포티', '잼민이', '틀딱충', '급식충', '할매미' 등은 모두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멸칭이다. 개중에는 가치중립적으로 사용되던 일종의 밈이었으나 혐오의 시대에는 너무도 쉽게 조롱과 비난, 멸시의 단어로 뒤바뀌고 만다. 나이를 묻는 질문만큼이나 위의 멸칭들 또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던 터라 각 멸칭이 함의하고 있는 차별과 배제, 조롱과 비난을 톺아보는 장에서는 마치 선인장을 보듬고 있는 것처럼 마음속 어딘가 따끔거리기 일쑤였다. 이렇듯 저자는 나이를 기반으로 한 멸칭은 특정 세대를 배제하기 위한 일종의 권력 행위로 정의하며 한국의 연령차별주의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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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칭'은 권력 행위다. 멸칭이 다수자 집단에 붙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멸칭은 주로 소수자 집단에게 사용되는데, 이들 전체를 일반화하여 호명하는 이름이 붙는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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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저자는 나이가 권력이 되는 한국의 계급 사회 속에는 '연령차별주의'가 끈적하게 녹아들어 있어 사회 구성원조차 그 문제를 자각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지적한다. 전 생애에 걸쳐 존재하는 연령 혐오적 멸칭들이 일종의 기이한 평등성을 부여하며 으레 그러한 것으로 치부되고 마는 것이다. 각 세대 별 멸칭이 함의하고 있는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시각은 점차 사회구조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인간의 인식을 반영하고, 사회를 투영하는 언어적인 관점에서도 이러한 멸칭의 무분별한 사용은 세대 간의 혐오와 갈등을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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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어려서 또는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를 들어 누군가는 공간적 권력에서 배제되고 연령차별은 점점 확장된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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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출생과 초고령화로 양극화되고 있는 시대, '노 키즈 존'과 '노 시니어 존'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아이러니하고도 극적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서 필연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요시되며 이런 궤도에서 이탈한,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어버린 세대를 사회의 변두리로, 주변화 시키며 배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연령차별주의적 문제들은 정치적 혹은 정책적인 분야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나이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차별과 배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라는 기준이 그다지 변별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타인의 고통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감이 중요하다. 이 공감은 교육과 소통에서 나온다.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지 간에, 교육은 편견을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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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세대 간 갈등과 혐오, 차별의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저자는 한국은 확실히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연령차별주의적 멸칭 사용, 미디어 환경에서 조성되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양산 등으로 세대 간의 갈등 혹은 몰이해를 부추기고 있다. 세대 간의 자연스러운 접촉과 소통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발전한 여러 사례들처럼 사회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나이를 묻지 않음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더 자유로워지는, 더불어 한껏 다채로워지는 사회를 상상해 본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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