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生業) - 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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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올해 5월 1일은 여느 해 보다 의의를 지닌 '노동절'이 되었다. 바로 1963년 이래로 '근로자의 날'로 불려온 5월 1일이, 62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명칭을 다시 회복했기 때문이다. '근로'라는 표현은 사용자, 즉 국가나 기업 입장에서 노동자를 '부지런히 일하는' 수동적이고 통제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나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하는' 주체적인 대상으로써 노동자를 권리를 가진 대등한 주체로 강조한다. 또한 '노동절'이라는 표현은 국제적인 보편성에 부합하면서도 '근로자'라는 단어가 주는 정규직·사무직 위주의 좁은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포괄하고 있다.





​ 이런 '노동'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이번 '노동절'에 시의적절하게 읽게 된 《생업》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생업'이라는 제법 묵직한 제목 아래 묶인 노동자 17인의 일과 삶, 삶과 일에 관한 인터뷰. 실로 다양한 직업군의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급식 노동자, 요양 보호사, 청소 노동자, 국어 교사, 노동 변호사, 배달 노동자, 청년 농부, 요리사, 독립 연구 활동가, 배우, 싱어송라이터, 타투이스트, 유튜버…. 직업을 비롯해 성별도 나이도 모두 제각각이다. 뚜렷한 개성으로 그들의 삶이라는 세계는 여러 갈래로 확장하면서도 동시에 다시 '생업'이라는 거룩함으로 수렴한다.


 (…) 어떤 삶을 가치 있게 볼 것인가가 공동체의 중요한 질문이 되었으면 해서 이번에도 역시 크게 그렸다. 제목은 '생업(生業)'이다.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며 사는 노동의 표정을 담았다. p.12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각자의 노동 일대기 속에서 발견하는 찬란함. 노동의 고단함은 결국 서로의 연대로 상쇄되고 타인에 대한 원초적인 인류애는 생업의 동력이 된다. 먹고살자고 시작한 일이 성실하게 삶의 궤적을 그려나가면서 장력을 발휘한다. 사람과 사람을 끌어당기기도, 사람들 속으로 끌려가기도 한다. 반대로 인생에서 밀려가면서도 세상에게 떠밀려가면서도 '생업'이라는 노동은 단단한 삶의 구심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결코 낯설지 않은 생업의 다양한 이면들을 접하며 그들에게 성실하고 씩씩한 노동력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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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산업 재해 노동자 부인 김영희 님과 산업 재해 노동자 어머니 박미숙 님의 인터뷰는 먹먹하다. 소년공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철도 노동자 출신이 노동부 장관이 된 후에도 잇따라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 관련자 처벌은 너무나 안이하고 태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노동자의 죽음이 토대가 되어 성장한 발전과 편의는 결코 쉬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맥락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두 편의 인터뷰는 '생업으로서의 노동'을 다루는 이 책에서 가장 묵직하게 느껴지고 반드시 그렇게 느껴져야 할 것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만 매미 울음처럼 요란한 세상에서 "애들을 잘 먹여야 한다"라는 말이 청량한 바람 한 줄기처럼 목에 감긴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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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읽다 보면 노동은 곧잘 삶, 그 자체로 읽힌다. '노동자'의 인터뷰집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은 한 인간과 삶에 관한 이야기. 그 어느 누구보다 온몸으로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며 그 안에서 길러온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은 읽어나갈수록 웅숭깊게 느껴진다. 자본의 가치로 쉽사리 폄하되곤 하는 노동이라는 가치, 특히나 소위 '불장'으로 자본 소득이 대두되면서 시끄러운 요즘에 한 번쯤, 숨을 고르고 다시 '노동'의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는 요즘에 다시 끔, 귀 기울일만한 귀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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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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