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일동맹이라는 거울 -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계와 가능성
지지와 야스아키 지음, 길윤형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최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일개 개인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미국이 몰락하며 세계를 주도하는 패권이 재정립되고 있는 이 시기에 한국은 과연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어지러운 국제 질서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지 걱정스럽다. 특히 미국과의 지난했던 관세 협정 과정을 지나며 겨우 한숨을 돌리나 했는데 최근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중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요청하면서 또다시 외교적 이슈가 불거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었고 일본은 위헌 소지와 평화헌법상의 제약을 근거로 파병을 거절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가 백악관에서 보인 태도를 굴욕적이라 평가한 다수의 국내 뉴스를 보았으나 반대로 60%를 훌쩍 넘는 일본의 국민들은 이 정상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 또한 70%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대비적으로 눈에 띄었다. 일련의 상황을 목도하고 나니 슬 궁금해지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은? 미국이,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기조 아래 동맹국의 자국 방위 부담금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이 시점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맥락에서 《미일동맹이라는 거울》을 읽기 시작했다.

다소 딱딱하고 건조한 주제를 다루는 터라 뇌 주름을 꽉 잡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힌다. 먼저 이 책에서는 '극동 1905년 체제'라는 지역 질서를 분석의 틀로 사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적 시점'과 '제3자적 시점'이라는 다자적인 관점을 동시에 비교하며 '미일동맹'의 역사와 변모, 효능과 한계 등을 기지 사용, 부대 운용, 사태 대처, 출구 전략, 확장 억지라는 다섯 가지 측면으로 살펴본다. 특히 여기서 극동은 현재 동아시아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중국과 소련(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국-대만-일본'에 이르는 지정학적 진영과 미국과의 동맹 역학 또한 톺아본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전에서 핵폭탄이 투하된 국가인 일본이 핵을 대하는 정서는 '핵을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하지 않는다'라는 '비핵 3원칙'으로 요약된다. 또 일본은 방어를 위주로 하는 군사 정책인 '전수방위'라는 기조 아래 타국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며 상대의 선공이 있을 시에만, 그것도 방어를 위주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등 평화헌법을 근거로 군사적 문제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며 어떤 식으로든 자국의 군사력 개입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경향성을 지녀왔다. 저자는 이를 '일본적 시점'이라 이르며 급변하고 있는 현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보다 다자적인 관점인 '제3자적 시점'의 필요성을 제언한다.
일본은 이렇게 미국의 핵을 "반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비핵 3원칙을 내거는 동시에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지를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설명해 온 혹은 일본 여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확장억지는 양립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둘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p.230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비핵 3원칙, 전수방위의 기조는 미일동맹 조약과 상충하며 모순과 여러 논란, 다분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핵으로 확장 억지 정책의 수혜를 받으려 하면서도 자국 내 핵무기 반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미일동맹 조약을 기반으로 한반도나 대만에서 비롯할 수 있는 '극동유사사태' 시나리오를 상정해 보면 '일본적 시점'의 한계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드러난 여러 문제들을 통하여 미일동맹은 단지 미국과 일본이라는 단일 관계에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극동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동맹망 속에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히려 여기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핵보유국과 해양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확장억지라는 혜택을 향유하면서도,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항구라는 장소에 동맹국의 핵을 실은 함선이 일시 기항하는 것까지 '반입'의 기준 안에 포함시켜 이를 거절하려 해 온 일본인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p.246
최근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대만 공격은 곧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라는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이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여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터라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하였으나 개헌 추진, 방위 예산 증대, 방위 산업 육성, 동맹의 수평적 변환 등 그 정체성이 점차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작권 환수와 같은 자주국방에 관한 논의와 함께 이에 파생된 여러 논란도 공존하고 있다. 느슨해진 동맹, 어질러진 세계 질서, 부유하고 있는 패권의 향방. 도처에 널린 과제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미일동맹이라는 거울》이 참고할 만한 하나의 예시로써 의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보 정책은 국가 간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 이상 일국평화주의나 필요최소한론에 기초한 '일본적 시점'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결국 '나만 옳다는 독선'으로 이어져 현실과 괴리가 생겨난다. 그로 인해 미일동맹이 기능할 수 없게 돼 거꾸로 일본의 안전에 위험을 불러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본말전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288
'역자 후기'에서는 한국인 독자로써 《미일동맹이라는 거울》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정서나 주장을 한국의 관점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되짚어 주고 또한 책의 바탕이 되었던 '극동 1906년 체제'의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탈피한 '대안적 질서'를 제안한다. 이는 책과 책을 넘어 보다 확장된 시각을 감각할 수 있게 해준다. 어제의 혈맹이 오늘의 적국이 되며 오늘의 적국이 내일의 혈맹이 되는 아이러니의 역학을 목도한다. 새로운 세계 질서, 재정립 되어가는 패권 질서 속에서는 역자의 제언처럼 기존의 낡은 질서를 탈피한 새로운 문법으로 써나가는 길이 필요할 듯싶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