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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면 심심찮게 맞춤법을 지적하는 댓글을 찾아볼 수 있다. 댓글로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는 상대의 지능을 운운하며 이 틀린 맞춤법을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비단 유튜브 댓글 창뿐만이 아니라 온갖 SNS에는 '맞춤법'이 빌런이라는 맥락과 만나면서 유머와 조롱 사이를 넘나들며 인간적인 호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외않되'나 '낉여오니라' 같은, 깍쟁이 같은 맞춤법 교정을 정면으로 파괴하는 밈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맞춤법을 둘러싼 이 간극, 그 한가운데에 서있는 국립국어원 10년 차 상담 연구원의 노동기를 살펴본다.

한때 화제가 되었고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국립국어원의 '고맙슨비다'라는 오타는, 마치 AI처럼 정확한 사실을 간결한 단어로 빠르게 안내해 주는 존재가 봇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일종의 반가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듯 채팅창 너머, 게시판 너머, 수화기 너머에는 상담 연구원이 존재한다. 저자는 상담 연구원으로써 수많은 질문과 그 질문을 건네는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며 겪은 경험과 그 경험 속 섬세한 사유를 공유한다. 더불어 언어를 공부하며 연구하는 학자로써 언어에 대한 철학, 언어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통찰 또한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저자에게 건네오는 질문들은 섬세하기도 하고 무례하기도 하며 오히려 저자에게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 곤란한 것이 질문 그 자체였던 적도 있었으나 사람이었던 적도 많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리고 벼리는 노동자로서의 모습은 질문을 사이에 둔 우리와도 결코 다르지 않다. 특히나 10년 차 직업인으로써 국어를 연구하는 저자와 저자의 동료들의 치열한 토의 과정은 짐짓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성이 요구되는 직업적 특성상 규정과 규범을 토대로 '정답'을 제시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적인 맥락, 질문자의 의도와 상황까지 고루 헤아리려는 노력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규정을 근거로 답을 할 수는 있지만 각 상황에 맞는 정답을 일일이 분별해 알려 줄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규범을 지키되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게, 설명하되 강요하지 않게,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며 질문자의 자리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p.58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 인물과 의도에 따라 유연하게 변모한다. 규정과 규범을 기준으로 언어 사용을 돕는 저자도 이를 더 깊이 고민한다. 특히 현시대에 맞춤법에 대한 과도한 강박과 '존칭 인플레이션'에 관한 내용은 언어로부터 확장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톺아보게 만든다. 비대면의 일상화가 비롯한 불안, 옅어지는 관계의 밀도 따른 인정과 존중 욕구의 결핍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언어는 투명하고도 착실하게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언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한 번쯤 되돌아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맞춤법에 이토록 예민할까. 나는 그 이유를 '불안'에서 찾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의 소통은 얼굴 없이 글로 먼저 이루어진다. 우리는 상대를 보지 못한 채 상대의 문장을 먼저 본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며, 맞춤법은 그 사람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자 하나가 삐끗하면 그 삐끗함 너머로 사람 자체가 흐릿해 보인다. p.13, 들어가며

표기법이란 사람들을 가르치고 통제하는 교단 위의 회초리가 아니다. 우리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맺은 약속이다. p.133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맞춤법 사용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맞춤법이란 도달해야 하는 목적이 아닌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 또한 표현상의 작은 어긋남에 경도되어 본질을 왜곡하지 않기를, 함부로 상대를 재단하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저자가 국립국어원 상담 연구원이라는 직업인으로써 10년 동안 켜켜이 쌓인 철학과 신념, 경험과 사유를 질감으로 표현하자면 단단하면서도 유연하다. 더불어 그 역동은 섬세하면서도 치열하다. 다 읽고 나니 그 수고와 노력에 작은 경탄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