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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4월 5일, 얼마 전에 식목일이었죠. 이 계절이 선사하는 꽃이라는 풍성한 아름다움에 더하여 식목일까지. 4월은 꽃과 나무에게 마음을 더한 눈길을 한 번쯤 기울여주기 좋은 계절입니다. 얼마 전에도 포스팅을 했는데요, 날이 좋아 걷기 좋은 요즘이라 근처 작은 산들을 걸어 다니면서 잔뜩 피어난 진달래나 산수유, 개나리, 벚꽃 등 갖가지 꽃을 넘치도록 찍어댔습니다. '개화'라는 생동력이 뿜어내는 흥취에 도취된 채 이 꽃, 저 나무를 기웃거리며 제법 산만하게 등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 등산을 마치고 문 앞에 도착해있던 《숲으로 출근합니다》가 더욱 반가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 스스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잘 아는 것, 가장 나답게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p.88
저자는 10여 년의 기자 생활을 접고, 충남 태안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에서 나무 의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천리포수목원에서 나무 의사로서 두 번의 사계절을 지내며 집필한 책으로,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1만 7,000여 분류군에서 서른세 종을 계절별로 추려 이야기해 줍니다. 읽는 내내 꽃과 나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같이 읽을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식물과 자연을 대하는 겸손하고 소박한, 식물과 인간을 동류애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좋았습니다.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생명의 범주를 확장해 본다면, 그래서 '나'와 '우리'의 개념이 넓어진다면 인간으로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겸손해지지 않을까. p.66
책을 읽으며 궁금해져서 천리포수목원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마침 목련 축제가 한창입니다. 개화 현황과 갖가지 종류의 목련 꽃들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경탄스럽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목련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데요, 목련이 약 1억 6,000만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속씨식물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살아남은 식물이라는 사실을 아셨나요?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등장했다고 하는데 목련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공룡을 상상하는 장면을 읽으면서는 슬쩍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식물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이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요, 후박나무의 자생지인 울릉도에서 호박엿이 유명한 것은 본래 '후박나무'의 껍질을 달인 진액으로 엿을 만든 '후박엿'이 호박엿과 혼동되어 유명해진 것인데 이후 후박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후박나무껍질이 아닌 호박으로 엿을 만든다고 합니다. 또 '마로니에'로 더 유명한 '칠엽수'의 열매를 '콘커conker'라고 부르는데 이 열매를 깨뜨려 우승자를 가리는 '세계 콘커스 선수권 대회'가 영국에서 열리며 매년 세계 각지에서 무려 4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대규모 대회라고 합니다.

한겨울 추운 바람이 부는 때, 앙상한 가지 끝에서 오그라든 끈 모양으로 피어나는 풍년화는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꽃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러나 그 독특한 모습 덕분에 풍년화는 아름다움의 협소함을 깨는 존재로 거듭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 p.248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겨울의 꽃과 나무들이었습니다. 겨울의 산은 특히나 황량하고 쓸쓸하기 그지없었는데요, 겨울의 수목원은 능동적으로 생동합니다. 붉은 열매를 맺는 크리스마스 나무로도 불리는 '호랑가시나무', 노랗고 붉게 알록달록한 가지의 '말채나무', 석순처럼 공기뿌리를 밖으로 솟아내는 '낙우송', 눈을 삭이며 꽃을 피우는 노란 '복수초' 등과 같이 실로 다채롭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화려한 색의 꽃에만 집중하지만 나무의 수피 무늬라든가, 잎을 다 떨군 뒤에야 온전히 드러나는 수형의 조형적 미감 등을 저자의 시선을 빌리고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당연한 계절에 당연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겨울정원의 매력인데, 그 아름다움이 부각되도록 식물의 장점과 미덕을 찾아주는 것은 가드너의 역할이다. p.237
이처럼 '당연하지 않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은 가드너의 역할입니다. 자생지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 알맞은 식생 환경을 조성하고 점점 더 습해지고 무더워지는 날씨에 따라 어려워지는 외래해충 방제를 고민하며 맞닥뜨린 기후 위기를 직접 실감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문화 행사나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하죠. 특히 천리포수목원의 '책바슴'이라는 국내 유일의 야외 북 페어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미처 몰랐던 가드너의 역할과 고민, 식물과 인간을 바라보며 확장하는 생명에 대한 범주, 여러 나무와 꽃을 톺아보며 그들과 공존하는 방식 등 단편적인 꽃과 나무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커다랗고 찬란한 세계에 잠시 담가졌다가 빠져나온 기분입니다. 앞으로는 눈을 더 크게 뜨고 나무와 꽃, 풀을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책에 나온 꽃이나 식물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지고요. 이번 주말에는 《숲으로 출근합니다》를 챙겨 산등성이 쉼터에 앉아 잠시 읽고 오는 것도 좋겠습니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