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
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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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양조위의 영화를 직접적으로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후일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 마주한 얼굴만은 익숙한 사이랄까.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이 생긴 뒤에 배우 양조위를 다시 만나게 된 영화는 <색, 계>였다. 영화는 충격적인 정사신으로 세간에 회자되었고 나에게도 그렇게 기억되었지만 후에 접한 여러 평론과 해석, 후일담 등을 통해 비로소 그 영화가 함의하고 있는 진정을 알게 되었다. 최근 세대에게 다시 끔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이 호명되어 리마스터링 된 작품들을 돌려보며 마주한 양조위의 몸짓, 눈빛, 고뇌 등이 빚어내는 특유의 무드.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는 그런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양조위는 그냥 존재만으로 서사와 정서를 만든다.

p.8, 프롤로그, 빛과 그림자 속의 양조위





 무려, 40년이라는 배우 양조위의 연기 인생을 집대성한 세계 최초의 평전이라고 하는데 저자의 이름을 보니 어딘가 친숙하다. 예전에 즐겨보던 영화를 다루던 예능인 <방구석 1열>에 패널이었던 주성철 영화 기자였던 것이다. 당시 변영주 감독과 나란히 앉아서 주고받던 티키타카가 참 재미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왕가위 감독, 배우 장국영 특집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충만한 덕후력이 인상 깊었던 터라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의 저자가 그라는 점은 '마침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일종의 '성공한 덕후, 성덕'의 정점에 이르는 타당한 개연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양조위의 TVB 드라마 데뷔 시절부터 홍콩 영화 생태계의 흥망성쇠에 따른 배우 양조위의 인생 굴곡을 섬세하게 짚어간다. 주윤발, 유덕화, 주성치, 장만옥, 유가령 등과 같이 한 시대를 같이 호흡했던 당대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홍콩 영화 전성시대를 만들어나갔다. 양조위와 각 배우들과의 관계성과 이에서 비롯한 영향, 당대 주류였던 배우상과 다른 결을 지녔던 양조위의 연기 행보, 배우가 아닌 가수로서의 양조위, 허우샤오시엔·오우삼·왕가위 등 거장들과의 케미와 의의 등 그야말로 양조위의, 양조위를, 양조위로 집대성한 거대한 양조위 유니버스를 무람없이 유영할 수 있다.

 그런데 주윤발, 유덕화 등 당대 다른 남성 배우들과 달리 양조위는 '영웅'을 연기한 적이 없다. 영웅이 되고자 한 적도 없어, 어쩌면 반(反)영웅보다 탈(脫)영웅에 가깝다. (…) 양조위는 저 멀리 우러러보는 원시화된 스타가 아니라 언제나 곁에 머물러 있는 근시화된 스타다. p.113 







 특히 배우 장국영과 양조위, 왕가위 감독의 관계성을 톺아보며 깊게 탐구하는 파트는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부분.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가 장국영에서 양조위로 옮겨지며 작품에 담긴 의의를 표현하는 방식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 읽다 보면 양조위가 지닌 그 특유의 정서와 감성, 몸짓과 눈빛, 침잠과 침묵이 떠오른다. 영화에서 그를 보고 난 후에 짙게 남은 잔상의 실체를, 비단 잘생긴 외모만이 아닌 본질적인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저자가 섬세하게 톺아온 활자로 독자는 배우 양조위를 다시 직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인물은 말과 말 사이, 몸짓과 몸짓 사이에 숨 쉴 공간이 넓다. 좁은 골목을 통과하는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언제나 햇살 가득한 정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여유롭다. 작품에서 발광하고 공명하는 순간에도, 그 우아한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그것이 양조위가 감정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방식이다. p.10, 프롤로그, 빛과 그림자 속의 양조위 






 <중경상림>이 시한부 인생을 살던 당시 홍콩의 은유였듯, <화양연화> 역시 과거를 빌려 지금의 홍콩을 비춘다. 유년의 기억을 경유한 따뜻한 노스탤지어에 머물기에 1960년대의 홍콩은 너무나도 입체적이었다. 그것은 중국 본토,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p.263 

 특히 <비정성시>, <아비정전>,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의 익히 잘 알려진 작품을 통해 당대의 홍콩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정서의 맥을 짚어 보는 지점은 영화가 지닌 심미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97년도 홍콩 반환을 앞두고 불안한 홍콩인의 정서와 부유하는 정체성에 대한 디아스포라적인 시선을 제시하며 서사의 깊이를 확장시킨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체념, 불안, 고독, 단절의 정서는 배우 양조위를 투과하며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게 되고 이는 곧 양조위라는 배우가 하나의 장르가 된다.


 중요한 것은 들려주지 않음으로써 더 간절하게 들려주려 하는 <해피 투게더>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깊게 보여주려 하는 <화양연화>의 결정적 순간을 양조위라는 존재가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p.275 






 그동안 '보았다'라고 생각했던 영화들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진정 보았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어버렸다. 그러므로 결국 다시 보게 될 것이고,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보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배우 양조위의 평전이지만 그를 구심점으로 생각보다 더 너른 범위에서 홍콩과 영화와 감독과 배우를 다루고 있어서 시네필이 아니어도 전반적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더불어 첨부하는 영상은 직접 홍콩에 가서 영화에 나온 장소를 돌아보는 여행으로 책에서 언급한 영화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주성철의 뻐렁치는 덕후력과 홍콩에서도 변함없는 변영주 감독과의 케미를 확인할 수 있으니 편안하게 보기를 추천! (재밌음!)




https://youtu.be/l1tNEl46Imw

ⓒ [돌아온 방구석 1열], 교양 Voyage, YouTube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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