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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
남종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평점 :

알록달록하고 발랄한 일러스트, '청소년을 위해 쓴 첫 기후 픽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문외한 어른이 읽기에도 매우 적절한 기후 재난 'SF 논픽션'.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의 전체적인 컨셉은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소속의 홈스와 왓슨이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러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된 행성인 지구를 돌아다닌다. 사건의 실체는 인간이 아닌 북극곰의 입으로, 동양하루살이의 입으로, 비둘기의 입으로, 닭의 입으로 증언된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기후 문제가 야기하고 있는, 야기할 미래를 진단해 보는 것이다.

치킨 해방 전선, 북극곰 다이빙 워크숍, 기후와 프로야구 홈런 타율의 상관관계, 가라앉는 투발루 섬에 대한 진실, 그레타 툰베리의 배신, 인류 멸종 박람회 등 여러 챕터의 제목을 간추린 키워드만 보아도 '엥? 뭔데, 뭔데?'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도권 교육에서 기껏 배운 것이라고는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빙하가 녹으며 이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여 가라앉는 섬나라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몹시 단편적이고 매우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그 당시에 멈춰버린 낡은 위기 인식 수준을 현실의 단계로 끌어올린다.
"왠지 기후와 환경에 좋으면 동물에게도 좋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기후 변화 대응과 동물 복지의 역설이군요." p.25
특히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흥미로웠는데 항상 '온난화'와 '북극'이 마치 세트처럼 거론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온난화로 녹아내린 북극의 빙하가 바닷물의 염분 농도를 낮추어 밀도 차에 의한 '펌프' 역할이 붕괴되며 이로 인해 지구 기온의 평형 유지가 깨지고, 이것이 다시 여러 기후 문제를 야기하고야 마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분별없이 떠들어대는 기후 문제에 대해 '대체 왜?'라는 생각이 한 번쯤 들었다면 그 질문에 대한 진실한 해답을 비로소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 다루는 '기후 위기의 정치학, 재난에 이득을 취하는 세력은 누구인가?'에서는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기후 위기를 다룬다.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공포를 볼모로 자사의 상품을 어떻게 세일링 하는지, 사실과 진실 사이에 교묘한 틈을 비집고 틀어앉아 '그린 워싱'을 표방하며 소비자를 어떻게 기만하는지…. 가장 상징적인 예시는 '팔레필리 협정'을 통해 2050년에 가라앉을 것이라는 투발루 섬의 기후 난민을 수용한다는 호주를 들 수 있겠다. 제1세계 국가들이 '기후 위기'를 이용해 어떻게 타국의 주권에 교묘하게 간섭해 패권 경쟁에서 이권을 찬탈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 제1세계 국민들의 편견이야. 기후 변화는 스펙터클 영화가 아니야. 조금씩 스며들어 절망을 키우지. 기후 변화가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 사회경제적 삶을 느리게 투과하면서 고통을 배가하고 절망을 일상화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재난에 잠기게 해." p.152
실제 투발루 섬의 기후 난민들의 타국에서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고 제1세계국의 이런 보기 그럴듯한 시혜적인 정책은 그들이 외면하고 있는 탄소 저감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태는 기후 위기가 도래한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또 다른 형태의 신제국주의적 면모를 드러낸다. 참, 인간이란 절망 속에서도 부지런히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기후 위기에 대한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사실만을 취사선택하여 오로지 이미지만을 소비하고, 토지 개발이나 정부 지원금을 노리기도 한다.
"나는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거라고! 그리고 줍깅이나 텀블러 쓰기보다 더 중요한 건 자본주의 체제와 정부와 기업 정책을 바꾸는 거야.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건 자신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신자유주의의 술수라고…." p.167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느꼈던 것은 '비인간의 권리·윤리'에 관한 인문학적인 접근이었다. 에필로그에서 다루는 두 가지 다른 미래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일어난 현상, 즉 기후 위기에 대한 수습과 대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 수준의 변화라는 사실. 종을 떠난 기후 윤리, 기후 정의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제고가 반드시 함께 가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전면적인 화해나 복구가 아니다. 나는 부분적인 회복 그리고 함께 잘 지내기를 위한 평범한 가능성들에 온 마음을 쓴다." (도너 해러웨이) p.316

'어른들을 위한 머리말'을 읽어보면 저자가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사'를 부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토록 마음 쓰는 일에 또 빚을 지고 만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하여 다소 건조하고 딱딱할 수 있는 '기후 위기'라는 주제가 말랑하고 재밌게, 무엇보다 또 쉽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조각난 사실에 가려진 실체와 진실을 정확히 톺아보고 정치적인 셈법이 더해지는 과정에 더하여 기후 윤리와 정의의 측면까지, 많은 내용을 아우르면서도 알차다. 왜곡된 빗장을 열어젖힌 느낌이랄까. 작은 인간, 큰 인간, 비인간이 연대하는 세계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