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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레볼루션 -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
이희옥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야기한, 혼란한 국내 정세 가운데 치러진 이른 대선으로 탄생한 새로운 정부는 숨 돌릴 새도 없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았다. 도통 종잡을 수 없고, 때로는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미국 대통령의 언행에 세계 여러 나라의 국운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아리송하기만 했다. 더불어 국외 정세와 맞물려 국내적으로 '혐중'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1차 한미 정상 회담을 치르고, 한숨을 돌린 가운데 경주 APEC을 앞두고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읽게 되었다.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를 굳이 떠올려 본다면 미국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데도 느닷없이 MAGA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는 것은, 분노한 미국 유권자의 절반을 정치적으로 이용 혹은 악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p.26 _김용한
가장 먼저 미국이, 트럼프가 대체 왜 이렇게 기이하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해석을 돕는다.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이 어떻게 미국인들을 추동 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신자유주의가 지구화되면서 중하층과 노동 계급의 실질 소득률이 정체되고, 민주당 중심의 정부에서 이들과 관련된 정책을 외면하며 그들의 분노가 쌓인 것과 문화적으로 유색 인종의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었던 백인 인종이 위기감(다수소수화)을 느낀 것이다. 이렇게 트럼프의 MAGA는 국민적 분노와 불안을 정치적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트럼프의 문제의식은, 트럼프의 언어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지난 30년 동안 동맹국들이 우리를 등쳐먹었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적국, 중국과 같은 경쟁 국가도 그렇지만 동맹국들이 미국을 너무 '빨아먹었다milking'는 표현을 썼습니다. p.50_차태서
이러한 분노와 불안을 기반으로 탄생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세계적 패권이 선사하는 명성 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실리적인 노선을 취하게 되면서 그 화살이 동맹국들에게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패권국으로써 미국의 영향력 또한 점차 감소함에 따라, 자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옹호하기 위해 독단적인 노선을 강행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양차 대전과 냉전 시대 등의 역사적 추이로 미루어 볼 때, 스러져가는 패권국이 타국에게 조약을 빙자한 약탈을 자행했던 것처럼 미국 또한 약탈적 패권국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정세 속에서 미국은 더욱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동맹국들에게 다각적인 압박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단극 체제가 스러져가고 중국을 중심으로 다극 체제가 대두되면서 중국이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확고한 영향력은 무엇인가. 중국은 국책 사업으로 반도체, AI, 로봇 산업 분야에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오면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딥시크 쇼크'를 들 수 있고, 이외에도 중국 내에서 상용되는 첨단 기술들을 예로 들면서 비록 그 원천 기술력이 미국에 비해 열위에 있더라도 꾸준한 투자와 개발을 이어가면서 첨단 기술 상용화의 사회적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개발 제재로 고립되었던 중국, 그렇게 고립된 상황 속에서 자구적으로 자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기술력이 이제는 미국이 견제해야만 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의 예상보다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 중인 것을 지적하며 그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도 빠르게 틈새시장, 기능 대비 가성비 등의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탈중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나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산 방식에서 탈피하여 무역의 다변화를 꾀할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개발을 국운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뒤처진 R&D 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최종적으로는 한국만의 자주적인 기술력을 보유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독자적인 정치적·경제적·외교적 자율성을 획득해야 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학자를 통해 나온 것이든 미디어를 통한 것이든 국제 정치 영역에서 돌아다니는 여러 가지 말들이 그냥 투명한 언어인가, 아니면 정치적 또는 이념적인 맥락 속에서 생산된 것인가를 면밀히 살피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p.99_차태서
뉴스를 볼 때마다 도대체 왜 미국인들은 저런 대통령을 뽑았을까? 트럼프는 왜 저럴까? 혐중이 왜 득세하기 시작했지? 기존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도 되는 걸까? …. 명쾌하고 중립적인 해설은 없고 온통 불안과 긴장만을 고조시키는 뉴스와 기사들뿐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이데올로기적이어서 기사나 뉴스를 찾아볼수록 피로감만 더해갔다. 그런 답답하고 무지했던 상황 인식 속에서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한줄기 시원한 해갈이 되어준다. 더불어 현 정부가 채택한 실용 외교·실리주의 노선의 필요성과 정부가 주도하는 AI 정책 담론들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까닭도 책에서 언급한 '미중 관계' 속, 한국의 존립의 방향성이라는 맥락에서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배경적 이해를 돕는다.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정치·외교·경제·기술 분야의 네 명의 전문가들이 대담의 형식을 취한다. 국가의 첨단 기술력이 세계의 패권을 결정하는 '기정학技政學'적인 관점으로 현시점의 미국과 중국의 정세, 관계성을 톺아보며 최종적으로는 현재의 한국을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소 복잡하고 딱딱하지만 서술은 대담의 형식으로 되어있어 이해하며 읽기에 한결 수월하다. 미중 관계의 전반적인 서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폭넓게 이해해 보고자 하는 일반 대중에게는 더없이 적절한 해설이 되어줄 듯싶다.
*하니포터 11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