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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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TV로 지상파 뉴스를 보는 대신에 시사·정치 유튜브를 본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속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가장 빠르게, 또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 주는 플랫폼이 유튜브였기 때문이다. 빠른 정보 전달도 전달이었지만 무엇보다 사안에 대한 가감 없는 비평과 해석은 답답한 시국에 유일한 해갈이었달까. 현 상태의 정치적인 생태, 서울대 법대라는 엘리트 카르텔,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 튀어 오르는 각 사안들을 탁월한 비유를 들어 쉽게 무엇보다 '재미있게' 비평하는, 즐겨보던 채널에서 '유튜버 최강욱'으로 소개되던 최강욱 전 의원이 동생인 최강혁과 함께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그래서 더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특유의 해학적이고도 구수한 말빨(?)이 책 전반에 녹아들어서 '정치'라는 카테고리가 주는 뻣뻣한 인식은 괜한 기우 정도가 되었다.




대선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 대열전'이라고 표현해도 과연이 아닐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진영 대립이 치열하다고 느낀다. 특히 작금의 사태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회적인 갈등들 속에서 혐오와 분노를 느끼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 이념이 이토록 극단적으로 발현되는지, 이렇게 되기까지 어떤 서사를 가지고 이어져 왔는지, 답답할 뿐이었다. 책에서는 먼저 그에 앞서 보수와 진보의 역사와 개념부터 짚어가기 시작한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를 아우르며 세계사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이러한 세계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프랑스 혁명의 태동과 함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정치 이념이 비로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왕의 시대가 끝나고 '공화정'의 시대가 열립니다. 나라의 주권이 왕이나 절대군주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는 나라, 국민이 투표로 뽑은 대표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도록 하는 것,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체제가 공화정이고 공화국입니다. p.69


1부에서 다루는 진보와 보수의 탄생 배경을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이념의 진정한 본질을 살펴보는 거시적인 흐름이 좋았다. 프랑스 혁명에서 주권이 왕에서 국민으로 넘어오는 과정은 오랜 시간 여러 번의 체제 번복 시도를 오가며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데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했다. 말 그대로 '피로 쓰여진 민주주의'라는 말이 결코 비유의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랜 역사와 서사를 가진 프랑스 시민 혁명의 과정을 톺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이번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났던 반헌법 세력의 무도한 언동들, 극우 세력의 서부 지법 폭동 사건 등을 목도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은 미완의 체제인 것을, 책을 계속해서 읽으면서는 더욱이 그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두고 '진봉 씨'와 '봉수 씨'의 입을 빌려 각자의 입장을 다룬다. 보수의 가치와 진보의 가치가 어떻게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고, 어떠한 방향과 속도로 해결 방안을 타개하는지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또 독자에게 친화적으로 설명하며 이해를 돕는다. 진영에 관한 여러 사회학자의 주장과 이론을 가미하며, 특히 <다크 나이트>, <죽은 시인의 사회>, <설국열차>, <기생충> 등의 유명한 영화를 예시로 들어 각 영화 속에 구현된 상황과 그 상황 속의 인물이 취하는 태도를 보수와 진보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해석하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정치적인 카테고리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빈부 격차, 평등과 복지, 능력주의와 학벌, LGBTQ, 낙태와 사형까지.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진보와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주장을 하고 각자의 논리를 어떻게 전개하는지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여러 예시를 나의 가치 판단과 비교하고 가늠하며 읽을 수 있는데 모든 가치가 진보와 보수라는 잣대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지 해봐야 할 지점이다. 나 또한 어떤 사항에서는 아주 명확하게 진보 성향이지만 어떤 사항에서는 보수의 방향성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이 진보인가?, 보수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나름의 명확한 대답을 하지만 과연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하면 입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일 것이다. 나 역시도 굉장히 편협하게 나의 정치적 성향을 이해하고 있었고, 또 나와 반대되는 성향에 대해서도 굉장히 왜곡되고, 특히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였다. 누군가의 정치적인 입장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면서 명확하게 나의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던 무지에서 오는 답답함이 상쾌하게 해소되는 기분이었달까? 더불어 상대 진영을 지지하는 자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감정적으로 폄하하고 있던 점도 반성적으로 시선을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지금 '보수'라고 참칭하는 세력은 일부 개신교 세력의 왜곡된 사상과 결탁해서 '극우화'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들이 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는지에 대한 서사를 설명해 주며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맥락의 연장으로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보수'가 요원한 상태에 대해 우려하면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보수와 진보가 건강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필요성을 피력한다. 특히 4부에서 진정한 보수의 예시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진정한 진보의 예시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를 예시로 든다. 두 인물 모두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훌륭하게 적용한 인물들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의 정치적 행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까닭은 상대 진영을 배타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화하고 이해하는 합치의 정치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현시점 우리 정치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정치 교양 입문으로 가장 완벽한 정치 교양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구어체처럼 흘러가는 서술 방식이 마치 말을 직접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저자 특유의 해학적이고, 위트 있는 표현들이 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진봉 씨와 봉수 씨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각각의 입장이 체화된 상태로 서술되는 점도 일상적인 대화 같은 느낌으로 친숙하다. 정치의 큰 두 축을 이루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개념을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세계사적인 흐름에서 탄생한 프랑스 혁명을 시작으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배경과 결부되어 가지는 우리만의 독특한 보수와 진보의 특성까지 이르며,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제시한다. 그럼에도 결코 위트를 잃지 않는 모멘트들을 갈무리하며….


📌오늘날 우리가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신성한 성직에 취임했고, 그래서 별로 성스럽지 않았습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이때의 일입니다. 감히 종교를 개혁하려 하다니 마르틴 루터는 참 용감한 사람이구나 싶지만, 분위기상 다 할 만하니까 한 것입니다. p.40


📌프랑스는 지금도 집회나 시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합니다. 뉴스에서 "이야~ 시위하는데 막 불 지르고 때려 부수네?" 하고 보면 프랑스입니다. "저긴 또 어느 나란데 저렇게 다 때려 부수냐?" 하고 보면 또 프랑스입니다. p.46


📌아이폰을 만드는 세계적인 IT 기업 애플의 CEO 팀 쿡은 2014년 10월 한 경제 주간지 기고문을 통해 커밍아웃했습니다. 그는 "나는 내가 동성애자란 사실이 자랑스러우며, 신이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동성애자로 살면서 소수자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라고 썼습니다. 동성애를 죄라고 믿는 목사님들만큼은 진짜 인간적으로 갤럭시 써야 됩니다. p.234





*본 서평은 한겨레 서평단 하니포터 10기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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