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한겨레》 신문에서 연재된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주제로 한 만화를 수정하고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출간된 책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와글와글하다. 여러 종류의 인스타툰이나 웹툰은 종종 보지만 지면으로 된 만화를 본 것은 오랜만이라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읽기 전에는 만화라는 특성 때문에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할지 잠시 고민도 들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책에서 던지는 주제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생각의 갈래가 여러 가지로 뻗어나갔다. 전체적으로는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일상 에피소드의 느낌이고, 그 안에서 30대 작가가 '독립'에 관해 사유하고 고민하는 내용들이다.






사실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마음이 뜨끔했다. 왜냐하면 나도 30대 캥거루족이기 때문이다.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20대 중반에서 후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내내 마음속 한편에 존재하고 있던 부채감이었다. 우리 집에 큰 캥거루(엄마 아들)가 있기에 작은 캥거루인 나는 그 존재에 숨어 애써 그 질문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내 마음과 상황을 들여다보는 일이었기에 책을 선택하고 읽는 것이 살짝 고민스럽기도 했다. 이미 캥거루의 입장이기에 감상이나 생각이 편협하게 치우쳐지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캥거루족'에 관한 기사나 칼럼을 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캥거루족'을 정의하는 개념과 범주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30대 캥거루족의 비율은 2배 가까이 상승했고 독립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저조한 취업률 그리고 높은 주거 비용을 꼽았다. 또, 비혼 비율의 증가로 혼인율이 저조해지면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인식 변화도 그 원인으로 뽑힌다. 최근에 유명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캥거루족에 관해 제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크게 이슈가 되었고, 독립하지 못한 자녀와 함께 사는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담은 <다 컸는데 안 나가요>라는 예능이 방영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캥거루족은 이제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관한 여러 기사들은 대부분 비판적인 논조를 띄고 있었다. 외국 사례를 비교하며 기이한 가족 형태를 지적하고, 가족 내의 갈등 문제를 비롯해 부모 세대의 노후 대비 문제 등을 제시한다. 그런 반면에 캥거루족이 독립하지 못하는 원인을 사회의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하거나, 혹은 부동산 업계의 프로파간다의 일종이라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졸업-취업-결혼-독립'이라는 사회적인 루트가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하고 그만큼 '독립'이라는 파트가 요원해지기도 한 것이다. p.122, <삶은 미션의 연속>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작가는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과 함께 일반적인 루트에서 벗어난 자신의 삶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으로 '묘한 불안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럼에도 다시 각자의 길에 충실하자며 p.128, <마라탕 공동체>로 유쾌하게 귀결된다. 이러한 조바심과 불안의 과정 속에서도 작가는 독립이라는 삶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독립하는 삶에서의 주체적인 자아를 고민하기도 한다. 비슷한 세대라면 다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결혼으로 귀결되는 독립, 새로운 가정으로의 독립, 독립 이후의 삶 등 실재적인 고민들이 산재한다.



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작가의 가족, 구씨 집안의 에피소드들은 소소하고도 일상적이다. 손재주 만렙의 엄마, 역사 오타쿠 아빠, 도토리 키 재기 만큼 닮은 여동생과 반려견 코난까지.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1부의 제목이 '우리 집에는 다정이 흐른다'인 이유가 납득이 간다. 이렇게 다복한 가정이라면 독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각각의 개성적인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복닥복닥 한 일상이 주는 안온한 행복감 속에서 작가는 자신보다 이른 나이에 독립을 하고 가정을 구성한 부모님의 생을 반추해보기도 하며 자신의 독립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을 한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행복은 그다지 큰 폼이 들지 않는 것 같다. p.77, <아직 변하기 싫은걸>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엄마와 함께 재래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며 하는 익숙하고 변함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자신이 속한 가족으로 확대되는 사유의 과정을 공감하기도 하고, p.86, <김치 담글 줄 모르는 인간>에서 다루는 김치 담그는 에피소드는 매년 집에서 큰 캥거루와 작은 캥거루가 엄마의 지휘 아래 파트를 나눠 김치를 담그는 우리 집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위의 에피소드에서 이어지는 p.100, <주부라는 경제>에서는 가정주부가 가족 내에서 부담하는 가사 노동의 가치를 조명하는데, 우리 모두가 어떤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써 반드시 인지해야할 지점을 지적해준 것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가족과 함께 사는 안온한 일상과 독립에 대한 고민 사이를 넘나든다. 그 사이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 결혼과 육아에 대한 다양한 사유, 독립이 자신에게 가질 의미 등의 다채롭고 다양한 결의 가치들이 충돌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고민하는 모습은 같은 세대로써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가족을 네버랜드라는 섬으로 비유한 작가가 가족으로부터 노를 젓는 방법을 배우고, 다른 섬들을 바라보면서 자기만의 섬을 꿈꾸는 것처럼, 속도와 방향은 조금 어긋날지언정 독립을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은 결을 제시해준다. 





*본 서평은 한겨레 서평단 하니포터 10기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