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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평점 :
#그래서이런말이생겼습니다 #금정연에세이 #북트리거 #신조어 #유행어
이 시대의 진짜 모습은 이런 말에서 알 수 있어요.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금정연, 북트리거, 2022
책에 등장하는 신조어와 유행어를 조합하면 우리 시대의 진짜 모습을 묘사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이거 아니면 저거와 같은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금수저가 아니면 흙수저이거나 인싸 아니면 아싸이다. 많관부가 필요하지만 아닐 것 같으면 바로 손절해야 한다. 국룰을 따라야 하니 다른 선택지는 없고 혹여 그런 선택에 내가 힘들어졌다면 스불재라 생각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작가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런 말인 신조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 함께, 공존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세상이 미쳐가도 존버해야 하고 국룰에 따르지 않았다면 스불재이니 그 모든 책임은 너의 탓이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아닌 것 같으면 바로 손절해야 하고 맘충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노키즈존만 찾는다.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이 모든 것이 슬프지만 우리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바로 "우리"를 떠올려 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에세이라 쉽게 읽히면서도 정보 전달이 명확하게 된다. 아귀가 맞듯이 적재적소에 등장한 인용구들이 책의 깊이를 더한다.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작가가 하고픈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에 등장한 많은 인용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었다.
185쪽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빼내 올 수 있는지, 그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라지게 만들 수 있는 지까지 대답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고통이 얼마나 많은 지를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 나가는 것도 아직 까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일인 듯하다. "
작가의 말처럼 지금 우리는 헬조선의 증거를 찾기보다는 지옥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빼내 올지,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라지게 만들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