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쪽.
그 모든 전쟁이 항상 고약했고요. 우리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우리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학대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단히 그럴싸하고 유쾌한 일이지만...... 태초부터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면 온갖 나태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위대한 변명거리가 생기니까요.
174쪽.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내게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195쪽
노골적인 거짓말은 한 적 없다는 얘기는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내 소설은 대부분 자전적으로 읽히도록 쓰였다.
233쪽.
우리는 어떻게든 자의식을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해야 해.
265쪽.
좋은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이 그 규칙을 지키게 하면 되지. 학생들의 영혼을 긁어댈 필요는 없어.
284쪽.
두 학교의 합동 콘서트며 무도회 때문에 우리 학교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남학생들이 만난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넌지시 흘려대던 일이며, 친구와 가본 파티는 어디냐, 방학은 어디서 보냈느냐 하는, 달라지지도 않는 뻔한 질문의 행렬을 통해 수전의 지위를 삼각축량하려 했던 일, 수전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다는 듯 자신의 존재를 강요하다가 수전이 거절하면 오히려 드디어 자기가 수전을 떨쳐냈다는 듯 다른 아이들과 신호를 주고받던 그 남학생들 이야기. 그러느라 소년들은 가끔 수전을 댄스플로어에 버려두기까지 했다. 그녀 역시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알고 심지어 말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결코 알아채지 않으려던 그 고집. 뻔히 보이는 계락과 역겨울 정도의 자신감.
288쪽
글을 쓰면 세상과 분리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정말이지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그 말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인간은 불경함을 보고 움츠러들 때에야 비로소 자기가 신성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법이다. 자기 재능을 아무렇지 않게 내버린 수전이 발휘한 게 바로ㅈ그런 힘이었다.
289쪽.
수전의 문제가 글쓰기가 아닌 남자들에게 있다는 걸 아주 분명하게 깨달았다. 아빠라고 말할 때 그녀의 목소리에 어려 있던 부친살해의 어조, 거기에서 뭔가 흥미로운 씁쓸함이 엿보였다. 문학이라는 개념을 남근중심주의 사업이라고 조롱하긴 했지만 수전 자신도 괴로워한 게 분명했다.
289쪽.
그간 문학이 내게 해준 모든 일에 감사를 표했다.
313쪽.
그(아치)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경험을 거짓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자. 사람들이 어떤 짐작 때문에 최선의 모습을 보이는 거라면 계속 그렇게 짐작하도록 내버려두었다.
336쪽.
소설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며 아치는 순수함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이끌었다. 그런 집착은 자만심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가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과 폭력이라는 꽃을 피웠다. 아치는 오랫동안, 흠결이 있고 모호한 것들에 대한 불관용이야말로 악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라는 생각을 견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