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야, 악(惡)도 나름대로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는 회색 신사들이 훔친 시간의 꽃들을 어디다 보관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자신들의 냉기로 꽃들을 유리컵처럼 딱딱하게 얼린다는 것만 알고 있지. 그렇게 해서 꽃들이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게야. 아마 땅속 깊은 곳 어딘가에 얼린 시간들을 모두 보관하는 거대한 창고가 있을 게다. 허나 그곳에서도 시간의 꽃은 여전히 살아 있단다."
"아가, 기다린다는 것은 태양이 한 바퀴 돌 동안 땅 속에서 내 내 잠을 자다가 드디어 싹을 틔우는 씨앗과 같은 거란다. 네 안에서 말이 자라나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야. 그래도 하겠니?"
하지만 꼬마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재주였다.그게 무슨 특별한 재주람, 남의 말을 듣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도 많으리라.하지만 그 생각은 틀린 것이다.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다른사람의 말을 들어 줄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더욱이 모모만큼 남의 말을 잘 들어 줄 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므로 ‘흰‘은 단순한 하얀색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색들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그것의 밑바닥어디에선가 잠재태의 색채들이 현실화의 표면을 향해 우글거리며 올라오는 중이다.
하얗게 웃는다, 라는 표현은 (아마) 그녀의 모국어에만 있다.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또는 그런 웃음.너는 하얗게 웃었지.가령 이렇게 쓰면 너는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사람이다.그는 하얗게 웃었어.이렇게 쓰면 (아마) 그는 자신 안의 무엇인가와 결별하려 애쓰는 어떤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