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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설미현(미스트랄) 지음 / 베가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원래 난, 굳이 표현하자면, 여자들의 수다를 썩 달가와하지 않는 편이다. 별 의미도 없는 것이, 대체로 거슬린다고나 할까... 그런데 우연히도 "글로 표현된" "다분히 개인적인" 수다를 접하고 보니, 그것 참, 기묘하게도 다른 맛이 우러난다. 거슬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작가가 나의 귀에다 은밀히 소근거리고 있다는 근접감이 작용하기도 했을 것이며, 입으로 떠드는 수다와는 달리 한 마디 한 마디를 이리 굴려보고 저리 저울질해보고, 되새기고 다듬고 세련시킨 다음에 속삭이는 내용인지라 깔끔하고 진중한 맛이 나기도 했으리라.
수필이란 게 워낙 사적인 콘텐트contet 의 표출이므로 (그야말로 수다이므로) 자칫 읽는 이에게 거리감과 이질감을 유발하기도 쉽지만, 반면 어떤 공감의 끈이 생기기만 한다면 강력한 감동과 함께 눈물깨나 흘리도록 유도할 수도 있는 장르다. 이 작품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다행히도 그 후자에 속하는 훌륭한 에세이 모음이다. 가슴이 "짠해진다"고 흔히들 표현하는, 바로 그런 일종의 공유 감정이 생기는 거다...
게다가 이 수필집은 한술 더 뜬다. 그러니까... 더욱 좋은 것은 저자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종종 정상적인 화법을 무시하는 듯한) "샤프"한 직설/독설이 읽는 이로 하여금 껄껄-깔깔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는 점이다. 요것은 여자가 쓴 에세이에서 흔히 기대하기 힘든 하나의 '보너스' 같은 거다.
듣자 하니, 코엑스에 있는 서점에서는 저자의 사인회가 열린다고도 한다. (24일) 한번 가볼꺼나... 뭐, 서울 농대에서 산림에 관한 학문을 전공하고, 박사까지 따보겠노라고 미국에까지 가서 공부를 한다는데, 웬 여자가 이리도 예쁜 수다를 떨고 있는지 가서 얼굴이라도 함 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