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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평점 :
죽음 그리고 장례식장을 다룬 독특하고 범상치 않은 소재라 눈에 띈 도서였다.
아직 장마철이고 선선하지만, 곧 이어질 불볕더위와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이만한 즐거움과 간담 서늘해짐을 동시에 주는 책은 아마 찾기 힘들지 싶다. 대만의 한 필자가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들을 나름 담백하지만 소름 끼치고 깊이 있게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소개 글 그대로 별별 사건·사고를 대체로 덤덤하게 풀어내며 유머보다는 공포와 여러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해준다. 때론 너무나 직업의식에 투철한 저자의 태도로 인해 무서움이 배가 되기도 하였다.
아무렇지 않고 괜찮은 척 읽었지만 사실 힘들었다.
답이 없는 鬼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간간한 재미를 선사하며 죽음과 최종 마주한 분들의 일들을 통해 오히려 삶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슬프게도 말이다. 무섭지만 무섭지 않고 농이 있지만 골계미가 서려 있으며 가볍지만 결코 경하지 않은 묵직한 서적이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다른 걸 제쳐두고서, 목숨이란 단어 앞에 생각이 많아지는 이 순간이다.
<누군가 내게 자살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 물어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거야. 힘들어지는 건 널 아끼는 사람들뿐이라고!
130페이지 하단에서>
오래전에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나, 해가 갈수록 이제는 할 수 있는 한 무한의 여러 생각 에 쉽지 않은 고뇌를 되풀이 해 본다.
어쩌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수필집으로 인해 며칠 전부터 계속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도 못할 질문들을 수시로 쏟아내 본다. 생(生)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