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쩌면 생존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 생존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자 생존의 방식이 다른데, 그 생존방식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조민국이라는 것과 대통령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황상 문재인 대통령을 암시하는 문장이 있는 걸로 보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서 풍자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에 나오는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역시나 정치판이든 법조계든 서로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이 생각은 어쩔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김병민을 검찰 총장으로 위임한 것은 높은 가능성으로, 본인의 이미지를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을 한다. 여론은 검찰개혁을 원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로 가장 어울리는 인물인 김병민을 검찰 총장에 세운 것은 어쩌면 계략적이고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김병민은 정말 검찰개혁을 스스로 원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적당히 여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도 알맹이는 그대로 보존하는 그들의 방식이 놀랍지 않으면서도 놀라웠다. 이렇게까지 전통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면서 그들에게 있어 조직을 지킨다는 마인드는 어디서 올까 궁금했다. 그저 위에서 흘러내려오던 물을 받아 마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갈 수밖에 없던 걸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딱 백동수를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이익을 위한 싸움에서 희생된 제물. 아무도 그를 구제해 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개인보단 조직이다. 백동수는 말한다. 역겹다고. 역겹다는 이 말은 어디를 향하는 말일까. 백동수가 겪는 상황을 보면, 그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재밌었다. 역겹다는 대상이 짐작은 가는데, 그 대상을 특정해서 말하지는 않는 어쩌면 작가의 트릭이 너무 재밌었고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현실의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백동수의 마지막 말인 역겹다는 말이 나에게 전이가 된 것 같이 똑같은 말을 내뱉게 됐다. "역겹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은 후, 솔직하게 읽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