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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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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소개

루비 존슨 - 36살 여성. 호주 멜버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애인 문제로 도망치다시피 뉴욕으로 오게 됨. 폭풍우가 내리치는 날씨에 리버사이드 파크에서 아침 조깅을 하다 앨리스의 사체를 발견하게 됨.

앨리스 리 - 18살 여성.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인 위스콘신 출신으로, 엄마가 애인과 이별을 하면 바로 이사를 하는 생활을 해왔음. 마음 둘 곳 없는 앨리스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상처를 받아 도망치다시피 뉴욕으로 오게 됨. 도망친 뉴욕에서 새로운 꿈을 안고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 살해당하게 됨.


【루비와 앨리스가 뉴욕으로 오게 된 이유】

루비 애시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사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약혼녀가 있었다. 하지만 애시를 놓을 수 없는 루비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애시와 관계를 지속해 간다. 그러다가 애시가 약혼녀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결국은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애시와 같은 곳에 있다가는 자신을 불행하게 둘 거라는 마음에서 도망친 것이다.

앨리스 - 항상 뉴욕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던 앨리스는 돈을 모으고 싶어 한다. 곧 18살 생일을 맞이하기 때문에 법적인 성인으로서 자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짝사랑했던 잭슨 선생님이 모델 광고를 낸 걸 알게 되고, 사심도 반쯤 있는 상태에서 잭슨을 찾아가게 된다. 미술 선생님인 잭슨은 앨리스에게 누드모델이라는 것을 말하지만, 앨리스는 프로인 척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잭슨도 앨리스가 고등학생인 시절부터 관심을 표했던 만큼 둘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가 풍겼고, 결국 둘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게 연인이 된 둘은 잭슨의 집에서 동거를 하며 지낸다. 하지만 앨리스는 잭슨에게 아직 18살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이 터진다. 앨리스가 생일날 자기의 생일이라며 말했고, 잭슨은 그 의미가 18살이 아닌 19살 생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앨리스는 19살이 아닌 18살 생일이라며 잭슨의 말을 정정했고, 잭슨은 아연질색하며 앨리스에게 폭언을 쏟게 된다. 잭슨은 집을 나가면서 자신이 들어오기 전에 앨리스가 집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고, 앨리스는 잭슨의 돈과 잭슨의 유산인 '라이카 카메라'를 훔쳐 그대로 뉴욕으로 가게 된다.

【본격적인 서평】

『네 이름은 어디에』라는 작품은 여타 추리소설과 달랐다. 추리 소설은 기본적으로 범인을 추격하고 범인의 동기를 알아내는 데 서술이 된다면, 이 작품은 오로지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앨리스의 인생부터 해서 뉴욕에 오게 된 경위, 꿈을 가지게 된 경위 등 피해자의 삶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앨리스를 발견한 루비는 사체가 된 앨리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 괴로워하다가 점점 앨리스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작품이라기보단, 피해자와 최초 목격자의 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였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점도.

앨리스는 리버사이드 파크에서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 마치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그리고 자기반성도 하게 됐달까.

여성이 피해자가 되면 그녀가 어떤 직업이었는지, 어떤 옷차림이었는지에 대한 얘기로 흘러가다 결국은 피해자 여성이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게 됐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시선들이 대다수였고, 그런 것들을 보는 나조차도 그들의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했었다는 경험이 떠올라 스스로 창피함을 느꼈다.

피해자가 어떤 직업이었고, 어떤 옷차림을 했건(앨리스의 옷차림은 보통의 옷차림이었지만)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잘못이고, 전적으로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이지만, 피해자 앞에 여성이 붙게 되면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이 세워진다는 부분이 현실적이면서도 불쾌했다(그런 시선들이).

그런 부분에서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면서도 여성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추리는 후반부에 범인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나오고, 대부분의 전개는 앨리스와 루비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래서 다소 지루하고 전개가 느리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애초에 추리보단 피해자의 이야기에 집중된 소설이라고 소개한 만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

물론, 추리보단 피해자의 이야기에 집중된 소설이라고 소개를 받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

처음엔 루비가 앨리스의 이름과 그녀의 삶을 알아가는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고 하기에, 루비가 앨리스의 행적을 추적하며 독자도 앨리스의 삶을 같이 알아가는 이야기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앨리스의 이야기는 이미 초반에 다 공개가 되고, 루비도 앨리스를 쫓으가는 초점이 앨리스에 있다기보단 앨리스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중에서 우연치 않게 앨리스의 정체를 알게 되는? 그런 전개로 이야기가 흘러가다 보니 조금 아쉬웠다.

피해자에게 집중되는 것도 좋고, 교훈적인 부분도 좋았지만, 그래도 추리 소설인 만큼 장치적인 면에서 아쉬웠던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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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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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가 된 『살인자의 쇼핑 목록』의 원작 소설입니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책을 폈더니, 단편소설 모음집이더라구요. 『살인자의 쇼핑 목록』은 이 책에서 가장 처음 소개되는 단편소설입니다.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있구요. 장르는 스릴러·판타지·SF·미스터리·호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작품에 딱 하나의 장르만 있는 건 아니구요. 여느 소설과 마찬가지로 여러 장르가 잘 버무려진 단편들입니다. 이 모음집에서 메인의 역할을 하는 『살인자의 쇼핑 목록』도 재밌긴 했지만,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용서』입니다.


살인자의 쇼핑 목록

드라마와 달리, 원작 소설에선 주인공의 성별은 여자입니다. 캐셔로 일하고 있는 '은지'는 고객들을 관찰하는 것에서 흥미와 재미를 느낍니다.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은지는 고객들이 사가는 품목과 더불어 고객의 표정과 옷차림, 그리고 말투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추리합니다. 많은 고객 중 소설가라는 남자도 있는데요. 이 소설가는 2주마다 마트에 온다고 합니다. 그날도 소설가는 정확히 2주 만에 마트에 와서 장을 봤고, 은지가 있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합니다. 남자가 사간 품목 중엔 '애완 외날'이 있었는데,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고양이를 키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면 '애완 외날'이 아닌 실리콘 빗을 사는 게 일반적이기도 하고, 애완인 치고는 다른 애완 물품은 사지 않습니다. 아무튼, 은지는 여느 때와 같이 고객의 품목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20대 여성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살해된 흔적을 보니, 피해자의 몸에 일정한 간격의 바늘 형태 자국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그 남자가 사간 품목이 정확히 피해자의 몸에 사용됐습니다. 은지는 직감합니다. 그 남자가 범인이라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은지는 그 남자를 추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긴장감도 있고, 트릭도 있어서 속도감 있게 읽은 작품이에요. 재밌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제목의 뜻은 작품 내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보자면, 【깜냥 없이 큰 이야기를 벌여놓고 밑밥도 잔뜩인데 그걸 회수할 자신이 없는 작가가 신적인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단편소설은 그런 깜냥 없는 소설일까요? 이 작품은 미스터리·호러 장르입니다. 주인공인 '유수현'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한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유수현은 과 회식 중, '안다정'이라는 제자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고, 이 사건이 유수현의 인생을 바꿔버립니다. 안다정은 그날 이후 실종이 됐는데요. 취한 안다정은 유수현에게 '고독해서 아무나 따라간다'라는 문자를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버립니다. 유수현은 자기 탓이라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고, 그 이후로 안다정의 시체라도 찾겠다는 심정으로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한 안치소에서 만난 수녀에게서 '푸른 사향노루의 사향샘'이 담긴 '작은 향낭'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향낭 덕분에 귀신을 볼 수 있게 되죠. 귀신에게 물어가며 다정이를 찾으라는 겁니다. 유수현은 향낭을 받은 이후, 밤마다 유령 택시를 운행하게 됩니다. 오싹하면서도 심리적인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어 사건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살인자의 쇼핑 목록』보다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덤덤한 식사

7개의 단편소설 중 가장 짧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고양이인데요. 주인 없는 고양이의 이야기입니다. 주인 없는 고양이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굶어 죽는 게 다반사인 길거리 생활에서 결국 형 고양이가 죽게 됩니다. 그리고 형 고양이는 유령이 되어 동생 고양이를 지켜보는데요. 형 고양이의 시선으로 전개가 되는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생 고양이는 동물 병원에서 일하는 한 여자에게 기적적으로 구출되게 되는데요. 치료 도중 동생 고양이가 희귀한 B형 혈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동생 고양이는 그 동물 병원에서 공혈묘의 생활을 하게 되죠.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도 되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러닝 패밀리

이 작품은 SF·판타지 장르입니다. 러닝 패밀리는 게임 이름인데요.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인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국어 교사 '다영'은 그런 유행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게임의 홍보 내용은 이렇습니다. 러닝 패밀리의 캐릭터가 죽으면 그 숫자만큼 사람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이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 때문에 현질을 하게 만드는 홍보입니다. 아무튼 다영은 그 내용을 한 귀로 흘리고, 계속해서 결석을 하고 있는 다영이의 제자인 '선우'의 집을 찾아갑니다. 선우는 반에서 은따를 당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 흔한 핸드폰도 없죠. 집도 가난합니다. 그래서 알바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다영은 선우의 집을 찾아갔는데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합니다. 선우가 바닥에 뚫린 구멍에 끼워져 있는 겁니다. 선생님은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구멍이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선생님은 어이가 없어서 구급대를 부르려고 하지만, 선우가 막아섭니다. 누군가 도와주려고 하면 구멍이 더 커진다는 겁니다. 과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선우의 할머니도, 선우의 아빠도, 선우의 새엄마도, 아랫집 아줌마도 모두 구멍에 잡아먹혔고, 선우가 마지막 발악으로 구멍에 빠진 선우의 동생을 한 팔로 겨우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영은 그날 제자에게서 들은 러닝 패밀리와 도시괴담, 그러니까 사람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떠오릅니다. 그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끼죠.

소재가 참신하다고 생각한 작품입니다. 전개도 재밌구요.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살짝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은 작품입니다.

★용서

7개의 단편소설 중 가장 재밌고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이 작품을 뽑을 만큼 가장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판타지가 아닌 작품인데요. 주인공은 33년간 국어 교사로 재직했었던 박혁필입니다. 과거형으로 말한 이유는, 주인공이 죽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살았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다시 태어나게 돼요. 회귀는 아니구요. 환생입니다. 전생이 있는 세계관인 거죠. 저 개인적으로는 미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바로바로, 갓난아이는 100일간 전생을 기억한다는 설정인데요. 박혁필은 환생해서 다시 태어났고, 자신을 '깨몽'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엄마를 봅니다. 전생을 기억한다면 이 상황이 굉장히 당황스럽죠. 젖도 먹어야 하니까요😳

그럼 환생 라이프를 즐기는 주인공의 이야기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작품 제목이 용서인 이유가 있어요. 박혁필은 고양이와 마음으로 대화를 하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전생을 기억하는 100일간의 특권이 동물과도 대화를 가능하게 하나 봅니다. 아무튼, 박혁필은 처음 부임 받은 한 여고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생각합니다. 산골짝이 여고이기도 하고, 그 시절은 힘든 학생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수학여행도 돈이 없어 못 가는 학생이 반이 넘었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했던 교사 박혁필은 결국, 불법 과외를 한 달간 하게 되고 그 돈으로 아이들 모두와 수학여행을 갑니다. 반장과 부반장이었던 은희와 효진은 담임인 박혁필에게 감사함을 느껴요. 박혁필은 뿌듯한 마음으로 기차에 탑니다. 그런데 거기서 쎄한 직감을 느낍니다. 은희와 효진이 심상치 않은 관계라는 것을 느껴요. 혁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합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여행은 일정대로 진행되다가 마지막 날이 왔고, 지루한 유적 관람보단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바다를 보러 가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에 박혁필 반의 버스만 따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요. 박혁필만 살아남습니다. 박혁필은 그 이후 죄인처럼 살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식물인간이 되어 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정말이지 뒤로 가면 갈수록 온몸에 소름이 돋는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솔직히 전생이나 환생물은 여러 웹 소설 때문에 일반 소설로서는 잘 보이지 않게 됐는데요. 이 작품은 웹 소설에 남발되어 있는 흔한 전생과 환생물이 아닙니다. 예상이 가면서도 결국에는 소름이 돋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너무 인상 깊었고, 감동까지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날 개들이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학생입니다. 임조이, 박연수, 김태현, 윤서가 사건을 이끄는데요. 장르는 스릴러이구요. 4명 중 사이코패스가 있습니다. 우선, 작품 이름이 『어느 날 개들이』인 이유는, 윤리 선생님의 과제 때문입니다. 토론 과제이구요. 조원은 임조이, 박연수, 김태현입니다. 윤서는 조이의 친구예요. 토론 주제는 만약 개에게 인간과 같은 지능이 주어진다면, 개들에게도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제입니다. 의견은 임조이, 박연수 VS 김태현으로 갈리게 돼요. 박연수, 임조이는 권리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구요, 김태현은 반대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서로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애완견은 주인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주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왔을 경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애완견과 인간들의 비밀 폭로전쟁이 벌어질 거라는 거죠. 여기까지만 읽는다면, 사이코패스가 누구일지 짐작이 가겠지만, 그게 다라면 재미가 없겠죠. 김태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김태현이 반대 입장을 주장하면서 저런 말을 했는지 이해 가시죠? 아무튼, 김태현의 비밀을 저 3명이 눈치채게 됩니다. 김태현의 비밀과 사건 전개가 속도감 있고, 긴장감 있게 펼쳐져서 지루하지 않게 읽은 작품입니다.

각시

이 작품은 전통 호러 장르라고 생각되는데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증조할머니가 증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증조할머니에게는 작은할아버지가 있었는데요. 작은할아버지는 지능이 좀 떨어지고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혹 같은 자식이었습니다. 그나마 힘이 좋아서 간간이 막노동을 하며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노름으로 다 날리지만요. 아무튼, 이런 사람이라 나이가 다 차도록 색시가 없습니다. 작은 할아버지인 석삼은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 예쁜 처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처녀가 이상한 짓을 하는데요. 바로, 당산나무 제상에 있는 음식을 이 처녀가 겁도 없이 먹고 있는 겁니다. 그런 음식은 함부로 먹었다간 동티가 나서 거지패조차도 제상은 먹지 않는데, 이 처녀는 허겁지겁 먹는 겁니다. 석삼은 놀라서 말리지만, 처녀는 아랑곳 않죠. 그러다 처녀의 미모를 보고 자신의 색시가 돼달라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여자가 석삼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석삼의 마을은 하나 둘 누군가 죽어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전통 호러 작품답게 반전이나 트릭은 없었지만, 오싹함 만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재밌게 읽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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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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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처럼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로 전개가 될까라는 예상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이에요. 하지만 복수를 담은 책이 아니었어요. 위에서 언급했듯, 사형제도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사랑스러운 딸 '마나미'와 함께 영끌해서 얻은 단독주택에서 행복한 생활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런 집에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요코'는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가는데요. 딸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날따라 초등학교에서 만든 우유팩 자동차가 마음에 들어 밖에 나가기 싫다고 합니다. 마트도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고, 바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사요코'는 문을 단단히 잠그고 딸에게도 당부를 한 다음 밖을 나갑니다. 그런데 하필 도박으로 돈을 모조리 잃고 길거리 생활을 하는 '하루카와'의 눈에 포착됩니다. 문을 단단히 잠그고 나가기도 했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서 집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그 집을 털어 굶주림도 해결하고 도박을 위한 돈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집안엔 '마나미'가 있었고, 소리를 지르며 밖을 나가려는 '마나미'를 '하루카와'는 스펀지 볼을 입에 넣어 소리를 차단하고, 검은 테이프로 손발을 묶어 화장실에 가둡니다. 그런데 집을 다 뒤지고 나가려는 순간, 나중에 몽타주를 만들어서 잡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각이 나자 '마나미'의 목을 졸라 죽이게 됩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도 다 담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천하에 죽일 놈인 살인자를 사형에 처해야 하고, '나카하라'와 '사요코'도 삶의 의미를 잃은 지금, 가장 바라는 소망이 사형입니다. 하지만 법이란 게 까다로워서, 계획 살인이었느냐, 충동이었느냐, 심신미약이었느냐에 따라 형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나요. 결과적으로는 사형을 받긴 했지만, 상처만 받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를 제일 화나게 만들었던 부분은 범인의 태도인데요. '마나미'를 살인한 '하루카와'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굶주림이 먼저였고, 그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강도를 저지른 겁니다. 그리고 경찰에 잡히는 게 무서워서 충동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게다가 살인 후 태연히 음식점에 가서 밥을 허겁지겁 먹고는 그 일을 잊어버립니다. 일말의 죄책감이나 죄의식이 없는 거죠. 사이코패스냐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냐를 떠나서 수용 불가능한 이기적인 사람이고, 본인의 굶주림이 먼저인 사람인 겁니다. 인간이 아닌 거죠.

'사요코'는 이 일을 겪은 후 사형제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입니다. 사형제도는 기필코 필요한 제도라고요.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서 말이죠. '사요코'는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원고를 작성 중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것들로 원고를 만들어, 책을 내려고 했죠. 하지만 거의 마무리가 돼가는 시점에서 살해를 당해요. 이 책 때문에 살해를 당한 건 아니지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살해를 당해요. 강도 살인. 11년 전 딸을 살해한 '하루카와'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던 '마치무라 사쿠조'에게 길거리에서 살해를 당합니다.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이런 비슷한 일을 딸과 엄마가 당하게 된 겁니다.

11년 전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 '사야마'는 11년 후 일어난 강도 살인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 남편이었던 '나카하라'를 찾아옵니다. 어떤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얼굴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사야마'는 단순 강도 살인으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단순 강도 살인이라고 하기에는 살해 후 바로 자수를 했던 점이 이상했던 겁니다.

그리고 '나카하라'는 전 부인을 살해한 '사쿠조'의 사형을 위해, 전 장인·장모를 도와주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해 나가면서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모든 비밀을 풀게 돼요.

이 작품은 아버지의 복수극이 아닌, 사건 이면에 있는 비밀을 파헤치며 '사요코'의 진짜 죽음을 알아가게 됩니다. 본인과는 다르게 제대로 앞을 보며 나아가는 '사요코'의 삶을, '사요코'가 죽은 이후 '사요코'가 남긴 자료와 발자취를 통해 느끼며 <사형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과 부딪히게 됩니다.

확실히 글을 잘 쓰고 스토리 구성을 잘 짜는 작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는데요. 어느 한쪽에도 기울이지 않고, 사형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나카하라'는 수많은 고찰을 하게 됩니다. 마치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처럼요. 전 이 책을 단숨에 읽었는데요. 그만큼 가독성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토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덮을 수 없었습니다. 공감도 하고, 반박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엄청난 논쟁을 벌이고 있더군요. 그리고 전 이 책을 덮고 제가 어디에 서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공허한 십자가는 중의적인 표현인데요. 아무런 죄책감과 죄의식이 없는 범죄자에겐 그들에게 짊어진 벌, 즉 십자가가 공허할 뿐이라는 것과, 피해자의 유족이 느낄 짐을 공허한 십자가, 즉 괴로움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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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페이스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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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히이라기 다카유키 : 이 책의 주인공인 성형외과 의사이며, 자칭 천재라고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천재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의사임이 분명하다. 성형외과 의사답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환자를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며, 자칫 제3자의 시선으로는 괴짜에 비윤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될 만큼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아사기리 아스카 : 마취과 의사이며 대학원에 다니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본인의 신념과는 다소 거리가 먼 '히이라기 성형외과 클리닉'에 면접을 보러 온다. 취직을 했지만, 여전히 본인의 신념과 부딪히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계속해서 갈등을 하지만 돈이 궁핍하기에 어쩔 수 없이 수술 진행을 하게 된다.

잇시키 사나에 : '히이라기 성형외과 클리닉'의 수술 간호사로, 사무적인 일도 같이 하는 히이라기의 개인비서 같은 역할을 한다. 모델 같은 포스와 예쁘고 매력적인 얼굴은 같은 여자조차도 홀려버리는 분위기를 풍긴다.

가구라 세이이치로 : '성형미인 연쇄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이며 히이라기의 제자이다. 태국에서 자취를 감춘 뒤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서평>

처음 이 책에 눈길을 끌게 만들었던 건 '포스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고 소개된 글을 읽고 나서였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가이며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본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장이 끝나면 막간으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아주 짧은 글을 기재하고 있다. 막간으로 소개된 장은 자칫 개그와 괴짜 성형외과 의사의 신념을 그리는 이야기로 착각할 뻔한걸, 이 책은 '의료 서스펜스 X 미스터리' 장르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느슨한 분위기를 한 번에 긴장감 돌게 만들어주는 장치를 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장르가 물과 기름으로 섞인 것 마냥 어우러지지 않고 다소 어색한 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히이라기에게 성형수술을 의뢰하러 오는 환자들은 신기하게도 평범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어떠한 '사연'이 있었고, 마음 어딘가 망가져 있었다. 그래서 성형외과를 '정신외과'라고도 표한다고 하는데, 사실 미용을 목적으로 본인의 신체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처음엔 '아사기리 아스카' 선생처럼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히이라기의 마법 같은 기술이 그들의 마음까지도 치유하는 걸 보고 단숨에 '히이라기 다카유키'의 신념에 설득당해 버렸다. 괴짜에 성형외과 수술 말고는 무엇도 제대로 못하는 이 남자에게 빠져버렸고, '잇시키 사나에'가 왜 그렇게 히이라기를 옹호하고 도와주는지 이해하게 됐다.

본 책의 마지막 장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데, 소름 돋게 만들었던 점은 예상 가능한 반전과 그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반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반전을 예상하고 역시 추리소설을 다수 섭렵한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기본이지! 했지만, 이 오만한 생각을 혼내주겠다는 의도를 가진 듯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마지막 장을 읽을 땐 책에 빠져들다시피 했다.

그리고 앞 장에서 히이라기에게 수술을 받았던 인물들이 마지막 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흡수되는데,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섞일 수 있구나 감탄했고 결말도 깔끔하면서 흠잡을 데 없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도 캐릭터성이 돋보이면서 이 책의 색깔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사실 개그코드가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피식 웃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개그와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언행들이 책의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해줬다.

처음에 읽을 땐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처럼 느껴졌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중심으로 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면서 점점 작가의 필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점이 개인적으로 신기했고, 너무너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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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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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초동 리그』에 대한 설명을 봤을 때, 평소에 정치·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너무 읽고 싶었다. 그리고 최애 드라마로 tvN에서 방영했던 《비밀의 숲》이 있는데, 《비밀의 숲》이 떠오르는 설명에 법조계와 정치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서평단에 신청을 했다.

이 책의 구성

먼저는,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 얇아서 놀랐다. 186p 분량밖에 되지 않아서,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

▶백동수: 평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로 운 좋게 들어오게 되어 2년간 근무, 지방대 출신

▶한동현: 대검찰청 특수 1부 소속 부장검사, 백동수 검사에게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작 기소를 명령함

▶김병민: 검찰총장, 유배지(지방으로 좌천당함)에서 대통령의 부름으로 검찰총장의 자리에 올라섬

▶조민국: 법무부 장관,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조계와 정치계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음

▶선해용: 정치사회부 기자, 20년 동안 법조계와 정치계에서 경력과 명성을 쌓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여서 대기자로 불림, 쿠데타 설계를 담당

▶박철균: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 자살 가능성이 큼, 바이오닉 기업 대표, 모비딕 펀드 사기 사건의 주요 인물

이 책의 특징 및 감상평

전개 방식은 '백동수'라는 평검사의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고, 주로 법조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인물들 간에 있어지는 신경전과 대화들이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게 한다.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 서초동. 이곳의 민낯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약간의 줄거리

【'박철균' 바이오닉 대표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박철균'은 모비딕 펀드를 이용해서 투자자를 모았지만 이는 실체가 없는 회사로, 투자자들을 속여 어마어마한 크기의 돈을 탈취했다. 사기가 적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자살을 하게 됐는데, 세간에서는 배후 세력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 크다는 여론이 기세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어느 누구도 건들지 않아 밑바닥에 깔린 형태로 사기 피해자들만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철균'은 정치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야망이 큰 사람으로서, 법조계든 정치계든 여러 곳에 손을 안 댄 곳이 없어, 그와 관련해서 조금만 조사가 들어가도 안 걸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법조계 또한 불편한 바람이 불게 되는데, '김병민'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한동현'을 포함한 법조계 인사들의 '김병민'을 향한 항명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백동수' 검사를 통해 시작하려고 한다. '김병민' 검찰총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비리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을 선두해서 파헤쳐 왔고 그로 인해 지방으로 좌천을 당하게 되지만 대통령의 부름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와 검찰 총장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과 여론의 지지를 한 몸에 받기도 하고, 논란이 될만한 허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한동현'은 '박철균' 바이오닉 대표의 자살에 '김병민' 검찰총장이 배후에 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기소 조작을 하라고 '백동수'에게 제안(명령) 한다. 그리고 그에게 백지 결제를 주게 된다. '백동수'는 아버지의 도박 빚으로 인해 돈이 필요했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사 시절 이름을 날리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에 망설이면서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기소 조작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다. 과연 법조계에 부는 이 칼바람은 누구를 향하게 될까. 평검사인 '백동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어쩌면 생존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 생존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자 생존의 방식이 다른데, 그 생존방식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조민국이라는 것과 대통령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황상 문재인 대통령을 암시하는 문장이 있는 걸로 보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서 풍자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에 나오는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역시나 정치판이든 법조계든 서로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이 생각은 어쩔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김병민을 검찰 총장으로 위임한 것은 높은 가능성으로본인의 이미지를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을 한다. 여론은 검찰개혁을 원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로 가장 어울리는 인물인 김병민을 검찰 총장에 세운 것은 어쩌면 계략적이고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김병민은 정말 검찰개혁을 스스로 원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적당히 여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도 알맹이는 그대로 보존하는 그들의 방식이 놀랍지 않으면서도 놀라웠다. 이렇게까지 전통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면서 그들에게 있어 조직을 지킨다는 마인드는 어디서 올까 궁금했다. 그저 위에서 흘러내려오던 물을 받아 마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갈 수밖에 없던 걸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딱 백동수를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이익을 위한 싸움에서 희생된 제물. 아무도 그를 구제해 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개인보단 조직이다. 백동수는 말한다. 역겹다고. 역겹다는 이 말은 어디를 향하는 말일까. 백동수가 겪는 상황을 보면, 그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재밌었다. 역겹다는 대상이 짐작은 가는데, 그 대상을 특정해서 말하지는 않는 어쩌면 작가의 트릭이 너무 재밌었고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현실의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백동수의 마지막 말인 역겹다는 말이 나에게 전이가 된 것 같이 똑같은 말을 내뱉게 됐다. "역겹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은 후, 솔직하게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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