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6월은 성소수자의 인권의 달인 '프라이드 먼스'다. 사회의 관념과 이데올로기가 안에 가려져있던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드러내 목소리를 발화하는 의미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며 대부분 축제는 거리 행진을 통해 '가시화'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행진을 하면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함께 연대함으로써 세상의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에 맞춰 6월을 얼마 앞두고 <젠더를 바꾼다는 것> 도서가 발행되었다. 사실 시기를 일부러 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6월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제목인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 읽히는 행위나 존재를 말한다. '젠더'는 과거와 달리 현대에 들어서 많은 담론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개념 중 하나로 생각하는 데. 즉 그 말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젠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지 규정된 것 없이 어설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점과 우리의 인식도 점차 바뀐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인간은 태어난 지정 성별이 자신의 평생 성별 정체성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에게는 분홍색 옷과 공주 인형을, 남자아이들에게는 파란색 옷과 조립장난감 혹은 스포츠 용품을 선물로 준비하곤 했다. 우리는 이제 그런 성별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스러움', '남성스러움'의 그 이분법적인 함정에서 빠져나와 한 개인의 고유의 정체성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젠더' 문제에 있어서 완전히 포용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법과 사회는 느리고 보수적이며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 많다. 발맞춰 가기에는 느린 상황에 사회 이곳저곳에서 불협화음이 생겨나고 피해를 보고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사실이라면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인 먼로 버그도프' 역시 여전히 이 사회에서 자신을 인정받지 못하는 지점이 많다. 본인을 규정하고 설명하는 여러 가지 요소. 젠더, 종교, 인종, 지역 등 여러 가지 층위에서 사회에 정상성과 다르다는 점으로 차별받고 억압받는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젠더를 바꾼다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는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용이었다. '트랜스'가 우리 모두의 삶에 숱하게 있는 자기 발전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한다. 물론 처음에 읽으면 의아하다. '트랜스젠더' 즉 성별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내 삶에도 만연하다니?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면 납득이 된다.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똑같은 개인이 아니듯 발전하고 변화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정치 성향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입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꼭 젠더를 바꾸는 것 즉, 트랜스젠더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에서는 '트랜스'가 일어나는 의미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내 삶에도 그렇게 격한 트랜스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 격함이 과연 모든 트랜스젠더를 총칭할 수 있을까? 등 처음 듣는 이야기에 당황스러웠다.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사건 혹은 사고는 없다. 어느 순간 내 정체성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거나 마음먹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불편과 불안을 넘어 진정 '나' 자신을 이해하는 순간 편안한 길이 펼쳐졌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트랜스'는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과정이었다.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발전하는 순간. 이전의 나와 다르지만 분리되지 않는 상호작용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 역시 트랜스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 개인으로 정치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또 그 당연한 사실에 마주하게 된다.
트랜지션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아차리는 일이다. - P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