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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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라는 단어에는 일종의 낭만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빽빽한 공간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자유로운 곳. 우리가 도시를 벗어나 잠깐 힐링을 위해 잠시 지나치는 곳은 인공적인 공간이지 않을까? 결국 시골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시골에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노후를 생각해 시골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3년 정도가 되어간다. 물론 주말에만 시골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농사를 짓지만 그렇게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시골살이는 녹록지 않다. 낭만은 온데간데없고 정말 각자 생존을 위해 치열한 공간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시골행을 택한 것은 보통의 귀촌, 귀농의 동기와는 결이 다르다. 도시에서 착취 당하는 1인 여성 가구로 더 이상 자신을 착취하지 않고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택한 시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 방식과 당연히 다른 삶의 형태가 필요하고 그의 태도는 자급자족을 넘어 정치적이고 투쟁적이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도시에 집중된 인구들을 인프라를 위해 당연히 희생 되어지고, 삶에 있어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에 큰 기대감이 없다는 안주하고 마는 고인 정치. 이런 것들을 타파하며 자신의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들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이어간다. 

"삶의 문제는 곧 정치다. 정치가 삶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책과 행정의 효과가 발휘된다." 이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사회과 정부가 정책이 대변해 주지 않는 삶에서 목소리를 내고 쟁취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정치의 시작이며 작가가 인용한 테두리 영역의 역할일 것이다. 그럼 점에서 작가가 여전히 시골에서 자차를 이용하지 않고 시골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몸으로 행하는 정치라고 생각해 대단하게 여겨진다. 


시골 생활을 논할 때 그 외부의 시선도 빠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방 소멸 문제와 더불어 시골이나 지방을 혐오하는 수도권 혹은 서울의 시각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이런 흐름에는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단절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곳의 가치와 역사가 제대로 인정받고 인식되지 않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도 마찬가지 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은 시골살이를 생각해봤을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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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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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스페인을 여행한 카렐 차페크의 여행 에세이다. 그의 작품을 에세이로 처음 접했는데 철학자이자 문학 작품을 많이 쓴 작가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게다가 체코를 대표하는 3대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걸 알게되어 다른 작품이 궁금하게 되었다. 차페크의 에세이는 눈 앞에 1920년대 스페인의 거리를 그대로 들고 올 정도로 섬세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스페인의 열기와 이국적이면서도 다양하게 섞인 문화들이 쉽게 느껴진다. 에세이는 차페크가 체코를 떠나 당시 특급열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창 밖의 풍경과 그걸 바라보는 승객의 입장에서 공감되면서 키득거리게 되는 특유의 유머가 흠뻑 느껴지는 도입이었다. 한편 국경을 열차로 넘나들 수 있는 유럽 대륙의 시민들이 부러워지게 되는데 국경을 건널 때면 바뀌는 직원들의 인상착의에 대한 설명이 나에게는 신기한 감각이었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를 탑승한 기분이라고 묘사되지만, 열차로 국경을 건너는 게 생소한 한국인들에게는 더 흥미로울 지점이다. 몇 년 전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스페인에 처음 가보았다. 그곳에서 길 거리를 걸으며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자주 느꼈었다. 다른 유럽의 나라들과 다르게 지중해와 가까운 지역의 햇빛과 풍부한 해산물 그리고 다양한 문화의 공존에 눈이 띄었다. 이 책에서 차페크 역시 스페인의 매력에 푹 빠진 것으로 나온다. 길이나 식당에서 마주친 사람들 그리고 스페인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건축 등에 집중한다. 그의 모습은 여행객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본인이 원하는 지점만을 탐닉하는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여행객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은 자연스럽게 그가 평소에 가진 취향과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그가 세비야를 떠나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쓴 글들은 더욱 공감되었다. 카탈루냐 사람들이라 불리며 그들만의 문화를 구축하는 독립심 강한 지역. 게다가 유명한 람블라스 거리의 유흥과 근교인 몬트세라트까지 그가 알차게 즐기고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 덕분에 내 기억 속에 바르셀로나도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차페크의 다른 저서를 아직 접하지 않았지만 분명 에세이에서 글 쓰기와는 다를 것이라고 느껴진다. 이 책의 마지막 해설에서 차페크를 설명하면서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이라는 설명이 이 책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스페인을 다녀오지 않아도 그곳에 도착해 여행하는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기가 그렇듯 타인의 세계가 넓어지는 순간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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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영단어와 하찮고도 재미진 이야기
전은지 지음 / 들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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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 나라의 사회, 문화, 역사도 람께 배워야 합니다”라는 저자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의무 교육으로 영어를 배우지만 정작 생활에서 영어를 쓰지 못하는 이유가 영어를 교과목으로 배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 언어로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문제를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정작 학생 때는 영어가 어렵다는 생각에 흥미가 없었다.

<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영단어와 하찮고도 재미진 이야기> 책은 이 긴 제목이 전부 설명한다. 각 챕터 별로 14개의 영단어의 어원과 그 쓰임에 대한 문화, 역사적 맥락을 재미짐 이야기로 설명한다. 당연히 문제를 맞추기 위한 시험에 쓸모는 없다. 영어에 관심이 있거나, 언어나 어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exhume’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ex-’ 접미사가 외부 혹은 밖의 의미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ex + hume 이 시체를 파내다 라는 뜻일 줄 예상도 못했다.
이 단어와 연관된 이야기로 셰익스피어의 일화가 소개된 것도 의외였다. 그의 무덤에 두개골이 없다는 소문이 과학의 발전으로 기정 사실화 되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단어를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이 책에 나온 14개의 단어들은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을 듯하다.

이렇게 영어를 소개하는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단순히 영단어를 외우고 예문을 숙지하기보다는 어떤 스토리나 맥락과 함께 알아갈 수 있다면. 언어를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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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별게 다 행복 - 내일은 내일의 파도가 온다 아잉(I+Ing) 시리즈
박수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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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별게 다 행복>의 저자는 남해에서 책방 운영 한다. 실제로 내가 남해 놀러 갔을 때 방문한 그곳은 작지만 따뜻하고 소소하지만 여운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런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글이라 기대 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 년째 남해에 내려가 책방 운영하는 그에게도 물론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인구가 많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도 책방 운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저자는 남해의 생활을 정리 하고자 마음 먹었다고 얘기한다. 그런 그녀가 아직 남해에 있도록 해준 건 바로 ‘서핑’이다. 난 아직 한 번도 서핑을 해본 경험이 없다. 그냥 건강이 안 좋을 뿐더러바다나 물에서 놀 수 있는 다른 재밌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러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면 애써 모르는 척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론 물이 조금 무서웠고 균형 감각이 없는 나에게는 어려운 운동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나에게 서핑은 이런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는 스포츠였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서핑이 돌파구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반복되는 현실과 녹진한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맛보게 해준 게 바로 서핑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취미를 가지는 삶이 건강한 삶이 라고 하는 것과 일치 한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에게 온전히 감정적으로 충만한 행위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우리는 일상을 유지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게 설상 어렵고 지난 시간들을 거쳐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서핑을 잘한 것이 아니었고 남해 파도도 서핑을 즐기기에는 잔잔한 편이었다. 그래도 바다가 이끄는 대로 파도를 기다리고, 파도를 타고 그 과정에서 숱하게 넘어지며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써 다시 삶의 원동력을 얻은 것이다.
이런 극적인 반전 같은 무언가가 사실 우리 마음 속에는 내제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 무쳐 쉽게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내가 작년 여름에 읽었더라면, 저자의 이런 갑작스러운 서핑 중독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여름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졌다. 나 역시 퇴사 후 떠난 여행에서 어린시절 배워서 까먹어버린 수영을 다시 도전 했다. 매번 물 먹으면 어떡하지, 혹은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품고 물러섰다면 이번에는 그냥 힘차게 바닥을 딛고 나갔다. 몇 년만에 다시 하는 수영이라 몸이 따라 주지 않았지만 수영을 하고 싶었던 나의 열망과 몸 속에 남아 있던 감각들이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뜨거운 여름 왜 수영을 진작 하지 않았을까나는 아쉬움과 함께 물살을 어설프게라도 가르면서 수영장 있는 숙소를 잡게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 했다. 쇼핑을 통해 저자의 삶이 리듬이 컬 하고 평온하게 바뀐 것이 느껴져서 독자로써 좋았다. 일상을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는 삼 매일 반복 된다는 지겨움에서 벗어나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일이 펼쳐져 있지 기대 하게 된다는 것 저자에게 서핑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는지 알게 될 수 있는 지점이다더군다나 서핑은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니까 사람의 힘을 어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들을 견디고 인내하고 함께 하는 법 역시 배운다 덕분에 서핑을 해보지 않은 나도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질 정도니까.여름 방학과도 같은 책을이 묻어 있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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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우주의 구조가 보이는 우주물리학 사전
다케다 히로키 지음, 전종훈 옮김 / 보누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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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3가지 챕터로 우주를 쉽게 설명한 <우주물리학 사전> 가장 쉬운 우주에 대한 개념부터 차근차근 집고 넘어가 어느새 상대성 이론과 블랙홀의 생성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 밖의 모든 시공간인 ’우주‘를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도 깊이 있게 알게 되어 유익했다. 어떻게 보면 무한한 우주는 지구가 가지는 규칙과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는 공간으로, 반대로 말하면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점에서 우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런 무한함 가운데 질문을 던지고 궁금해 하며 발견되는 질서에 ‘우주물리학’의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 따라서 <우주물리학 사전>은 겉으로 보기에 딱딱해 보이지만, 그 어떤 학문보다 무한한 긍정과 계속되는 탐구로 이뤄진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우주는 아직 미지의 공간이지만, 궁금증을 가지고 부딪칠 수록 밝혀지는 것들이 생겨나고 그로인해 또 다시 모르는 것들이 생겨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이전까지 ‘모른다’는 사실을 ‘무섭다, 무지하다’로 받아들인 내가 덕분에 모르는 것이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책이기도 하다.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지만, 외계인 혹은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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