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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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던 주인공 에이프릴 우드는 어느 날 아빠의 연구를 위해 북극권에 위치한 ‘베어 아일랜드’라는 섬으로 떠나게 된다

 

그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 그 자체였다

과거에는 이름에 걸맞게 북극곰들이 많이 살았으나 이상 기후 변화로 인해 만년설들이 녹게 되면서 현재는 북극곰들이 빙하를 타고 건너오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더 이상 이 섬에는 곰이 살지 않게 되었다

아빠가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에이프릴은 섬 주변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고그러던 중 우연히 북극곰과 마주치게 된다. 압도적인 크기의 이 곰은 섬에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북극곰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한 쪽 발은 버려진 쓰레기 끈에 뒤엉켜 퉁퉁 부어있었고사냥을 못해서인지 갈비뼈가 가죽 위로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그녀는 곰을 돕기로 결심하고 다음날부터 숙소에 있는 식량과 약품들을 챙겨 다 주며 치료와 회복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소녀의 보살핌으로 곰은 상처를 회복했고 이 둘은 교감하며 그들만의 속도로 조금씩 더 가까워져 갔다. 소녀는 포효하는 법도 배우고곰의 등허리에 올라타 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이런 시간들을 통해 곰과 점점 더 끈끈한 우정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 너머 한 곳을 응시하며 바위 절벽에 힘없이 앉아있는 곰의 쓸쓸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교감을 통해 곰이 몇 년 전 ‘스발 바르’라는 곳에서 엄마 곰과 함께 빙하를 타고 이 섬으로 왔다가 빙하가 녹는 바람에 되돌아 가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녀는 그 동안 곰이 홀로 겪었을 외로움과 고통그리움을 공감할 수 있었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소녀는 고민 끝에 버려진 배를 이용해 ‘곰’을  ‘스발 바르’로 돌려보내기로 결단을 내린다. 며칠 뒤 자정, 준비를 마친 둘은 드넓은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비록 얼마 못 가 거센 풍랑과 집채만한 파도를 만나는 바람에 배가 산산조각 나기도 했지만, 결국 아빠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곰’을 안전하게 ‘스발 바르’의 기지에 인도해줄 수 있었다.

에이프릴 우드는 ‘언젠가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어 다시 이 곳 스발바르 기지에 돌아와 북극곰들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곰’과의 아쉬운 작별을 뒤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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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팀 보울러의 <리버 보이>라는 소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 소설은 영국 청소년문학의 한 획을 그은 바 있는데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우정을 그리는 내용으로 그 가운데 묘령의 소년이 등장한다배경은 산 속이고 소설 속 장면은 계곡을 따라 헤엄을 치기도 하고 숲 속을 내달리기도 한다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아주 묘한 기분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는데그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좋은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샌가 이야기의 배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내 경우엔 저자가 창작해 놓은 공간에 비밀의 문을 열고 입장하는 기분이다내 시선은 빠르게 캐릭터들을 쫓게 되는데 그 곳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착각 마저 든다이 책은 몽환적인 배경에 스릴 넘치는 모험이라는 재료가 더해져 아주 오래전에 마지막으로 느꼈던 탐험가적 기질이 아지랑이 피어 오르듯 스물스물 올라오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신나게 한바탕 탐험을 하면서 그들과 부쩍 정이 많이 들었고이별의 시간이 다가올 수록 너무 아쉬워서 책장을 넘기는게 망설여졌다. ‘이 둘이 조금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만 더 주지왜 이렇게 금새 갈라놓는 거야.’라면서 저자를 원망하기도 한 걸 보면 깊숙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사랑하는 사람을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듯 그들의 헤어짐에 함께 절절한 안타까움을 느꼈다그리고 그 속에 우리에게 던지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있었고은근한 무게로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이 책은 이미 영국미국캐나다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읽고 나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저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소설의 힘은 정말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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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쏟아지는 햇빛의 80퍼센트를 반사한다. 그런데 얼음이 녹게 되면 햇살이 곧장 바다로 쏟아져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나사에 따르면 북극에 해빙이 덮고 있는 지역은 1980년대 이후 10년마다 12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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