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180만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밍키 PD가 90년대생 직업인으로서 생존해온 방식
홍민지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저자는 최근 연반인(연예인+일반인)으로 유명한 재재와 함께 ‘문명특급’이라는 컨텐츠를 이끌어가는 PD이다. 아이돌을 전혀 모르는 나도 알 정도로 요즘 ‘재재’의 인기는 대단하다. 어떤 점이 이토록 사람들을 매료시켰을까 궁금해서 인터뷰하는 영상들을 본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 조사가 꼼꼼하게 돼있었고, 상대방이 감동을 느낄 만큼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영상 내내 불편함 포인트없이 재미와 감동으로 알차게 채워진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그렇게 느낀 게 전부였는데, 책을 통해 역시 훌륭한 결과물 뒤에는 여러 사람의 피와 땀이 녹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
.
최근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갈등 문제를 겪고 있다. 정치적 갈등, 젠더 간의 갈등,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간의 갈등, 육식과 비건간의 갈등 그리고 세대간 갈등. 우리는 어느새 이리 저리 찢어져 치열하게 싸우는 형국이 되어버렸는데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
요새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나 댓글들을 보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가 날을 세우고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MZ세대와 틀딱의 특징이라며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공동의 공간에서는 심심치 않게 불편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사실 세대간 갈등은 늘 있어왔다. 군복무를 할 때부터 회사생활 12년차가 된 지금까지 항상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요즘 애들은~ 나때는 말이야~”, “요즘 군대가 군대냐?”. “회사 진짜 편해졌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본인이 신입사원이던 시절에 그 당시 고인물들로부터 똑같은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세상은 계속 변해가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준을 고수 하려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는데, 특히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대한 견해인데, 이 지점이 바로 세대간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대척점이라고 생각한다.
.
.
.
.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라는 무한 도전의 유명한 짤을 오마주한 것일까? MZ세대의 선봉에 서있는 저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제목이다.
처음 책을 짚어 들었을 때 ‘아니 무슨 표지가 이렇게 정신이 없지?’, ‘책 제목도 삐뚤 삐뚤 행과 열이 하나도 안맞다니’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곤 옹골차게 팔짱을 끼곤 백종원처럼 “히야, 이 사람 재밌네~”했더랬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마저 밍키 PD의 아이덴티티와 메세지를 담아놓았구나’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밍키 PD가 자주 언급하는 고인물 같은 생각을 또 해버린 나를 지적하듯 깨진 돌판 모양의 디자인과 우후 죽순으로 늘어놓은 글자들인데, 순서야 어떻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와 닿았으니 그걸로 표지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셈이고 그 이상의 중언부언은 필요 없는 듯 하다.
메이저 근처에서 기웃거리며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고 있을 시간에 우리는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억울하다면 분노해야 한다. 그 에너지가 있으면 관두고 싶다가도 조금 더 버텨내게 된다. 그럼 언젠가 내가 만든 담장 밖에서 들어오고 싶다고 두드리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 느낀 건, 시작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다는 거다. 처음은 무조건 근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대학생 때까지는 좋은 운동화를 신어야만 경주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맨발로 가면 입장권도 안 주는 줄 알았다.(중략) 그런데 입장권을 안 주면 한 켠에서 나만의 트랙을 만들어서 뛰면 된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 옆은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뛰면 그만이다. 이걸 알고 나니 하찮은 시작을 맞이한 나를 응원하게 됐다.
정말 웃기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꼭 조언을 한다는 거다. 자신도 무서워서 안 가본 길인데 세상 모든 길을 다 걸어본 것처럼 말한다.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게 절대 아닌데도 말이다.
무조건 새롭기만 한 게 창의적인 것이라 믿었는데, 아니었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가장 좋은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창의적인 기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