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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세계로 떠난 역사 속 특별한 여행
이기범.김동환 지음, 이강인 그림 / 그린북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여행은 언제나 설렘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호기심과 기대가 있다. 요즘에야 해외 여행이 쉬워졌지만, 고려, 조선 시대에는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도 안된다.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여러 달을 걸어야 했을테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한자를 적어 필담으로 소통했을 것이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여행을 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니, 멋지고도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 소개된 역사 속의 특별한 여행은 10가지이다. 사람의 여행도 있고, 물건의 여행도 있다. 본인의 열망으로 떠난 여행이 있는가 하면, 강제로 가게 된 여행도 있다. 유람이 있는가 하면, 조국 독립을 위한 비밀 여행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 기행문이면서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이 되었다.
소개된 여행기 중,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나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은 역사 시간을 통해 익히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로로 여행을 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막상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행히 이 책에서는 여행 경로를 간략히 소개해 주고, 인물이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관심이 생기고 궁금하다면 원전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록의 나라라 할 수 있을만큼 방대한 기록을 남긴 조선과는 달리 고려에 대한 기록은 전쟁 등으로 많이 소실되어 많지 않고, 그래서 많이 접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한 고선지의 원정 여행과 충선왕의 유배 여행은 신기하면서도 나의 역사적 무지를 일깨워주기도 했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무난할 듯 하다. 사실 중학생 이상 혹은 성인이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한번 쯤 들어는 봤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몰랐던 신여성 나혜석의 여행이나 최초의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의 <서유견문>, 헤이그 특사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새롭다.
한 가지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점이 있는데, 지도에 여행 경로를 그려 보여주는데, 우리 나라가 서쪽이다 보니, 우측에서 좌측으로 경로가 그려지게 되고, 자연스레 배치되는 글의 순서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배열되다 보니, 처음엔 순번을 잘 못 찾아서 헤맸다. 글상자에도 번호를 부여해 주거나, 선으로 연결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