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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에! - 멈춰샘의 ‘학교 폭력 함께 멈춰!’ ㅣ 학교가기 신나! Project 2
정우진 지음, 정혜원 그림, 표영학 멈춰샘 / 핵교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학교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즈음의 학교 폭력은 그 정도가 심각하며 점차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재판에 넘겨지고 구치소에 수감되고, 또 피해자로 평생 그 상처와 고통을 안고 가야 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내어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금품갈취의 정도도 몇 만원이 아닌 몇 천만원에 이를 정도니 학교 폭력의 강도와 지속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선 학교 폭력과 관련된 3 종류의 집단을 상징하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하나는 학교 폭력 가해자를 상징하는 방주먹과 그 일당인 만두형제, 피해자인 구하늘, 방관자인 나귀찬이 그들이다. 그리고 각자의 관점에서 같은 사건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 방주먹은 뭔가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점점 폭력의 덫에 빠져들고, 원래 몸이 약했던 구하늘은 두려움으로 용기가 나지 않고, 괜히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염려시킬까 싶어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 그리고 나귀찬은 혹시 자기도 피해자가 될까, 괜히 나섰다가 귀찮은 일에 연루될까 싶어 보고도 못 본척 외면해 버리고 만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흔한 대상은 약한 아이들이다. 약한 아이들은 보통 자신감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폭력의 대상이 되었을 때 저항하지 못하고 또 주변에 그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쉽게 지속적인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가해자 역시 보통은 안타까운 가정 배경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의 폭력이나 가난, 부모님의 무관심 등으로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픈 상처를 덮기 위한 방편으로 소위 쎈척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부모와 건강한 관계형성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학교2013>에도 보면, 소위 일진 오정호의 가정을 들여다 보면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의 폭력과 가난으로 마음 속에 상처가 가득하다. 쎈척은 다하지만 사실 마음은 여려서 학급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그나마 있는 두 명의 친구마저 떠나가 버릴까 두려워 부탁도 못하는 모습 속에 가해자 역시 다른 한편에선 도움이 필요한 한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학교 폭력, 아니 사회의 많은 문제가 사실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주되,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고, 어떠한 문제라도 부모님과 상의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렸을 적부터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영어, 수학을 강조하고, 각종 학원과 과외 활동을 시키고, 건강하고 이성적인 사고와 올바른 사회성 함양보단 성적과 점수에 연연해 하는 사회적 가치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학교 폭력의 배양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가치도 변해가겠지만, 그 전에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멈춰!”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나귀찬과 같은 방관자가 되지 말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들께서도 한 번씩 읽어 보시고 자녀 교육에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