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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반란 -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6월
평점 :
그렇다. 정말 반란이다. 특히나 교육에 목매는 우리나라에서 놀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혁명적인 반란이다. 나 역시 나름 계몽된 지식인이라 생각하며 대세같은 허황된 교육열에 편승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내 아이는 다르게 키워야지 싶었지만, 결국 겉만 달랐지 속은 그대로였을 뿐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속마음을 까발려주었고, 말로만의 행복이 아닌, 내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 주었다.
자연 속에서 많이 뛰어 놀고 즐겨야 상상력도 키우고 건강하고 밝고 사회성도 좋아진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러한 놀이 속에 너무나 많은 배워야 할 것들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방법의 문제였지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욕망은 그대로였다. 뭘 하나 하더라도 숫자를 가르치려 하고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려 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뜨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이른 시기에 이 책을 접하게 되어 다행이라 여겨진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단순하다. 아이가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정말 진심으로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 놀았다는 것의 기준은 주도성, 자발성, 즐거움이다. 즉, 스스로가 선택해서 놀아야 하고, 놀이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며 이끌어 가야 하며, 그것들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놀이이다. 그러나 현실은 부모가 정해준 놀이, 부모가 이끌어 주는 놀이이다 보니 즐거워 보이지만 별로 즐겁지 않은 가짜 놀이가 대부분인 것이다. 아이가 리더십있고 창의력 있는 인재가 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진짜 놀이로 아이를 놀려라.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은 놀이에 대한 이야기, 엄마 놀이와 아빠 놀이의 차이점, 진짜놀이와 가짜 놀이, 놀이의 방법 등 크게 4가지로 나뉘어 있다. 1부 놀이에선 놀이의 중요성을 여러 가지 사례와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와 실험 등을 통해 잘 놀았던 아이들이 더 잘 자란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2부에선 엄마 놀이와 아빠놀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며, 특히 아빠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빠들의 놀이 참여를 독려한다. 3부에선 진짜 놀이와 가짜 놀이를 비교하며 진짜 놀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짜 놀이는 다른 목적이나 의도(뭔가 가르치려는 교육적 목적 등) 없이 순수하게 노는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주도성, 자발성, 즐거움이 있는 놀이이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각 연령별 뇌 발달 단계에 맞게 놀이의 방법을 소개해 준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 주고 싶었고,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사실은 가짜 놀이만 했거나 뭔가를 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그래서 아이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진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가 나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고작 5~6년이라는 말에 더 용기를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