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혁 씨‘ 하고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좋다. 레스토랑을 낯설어하는 자신에게 식기며 음식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책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것도 좋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회사의 후계자 같은 게 아니라 책방 사장이어서 또 좋다.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이유를 묻는 대신 ‘괜찮다‘고 말해 줘서, 행복하라고 말해 줘서 좋고,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땡땡이라는변명을 붙이고 종일 함께 있어 줘서 좋다. 재미있는 책을, 좋은 시를 알려 주는 것도 좋고, 자신에게 커피잔을 건네는 손가락이 길고 매끄러워서, 눈매가 선해서, 웃을 때 나긋하게 접히는 눈이 예뻐서 좋다.
다 가진 것 같지만 약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어서, 선한 웃음 뒤에 외로움이 있는 사람이어서도 좋고, 그 외로움을 감출 줄 아는 강한 사람이라, 그러나 문득 나약함을 비치는 사람인 것도좋다. 자신의 과거 얘기를 들으며 대신 화를 내 주고,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해 줘서, 그게 당연하다는 듯 말해 줘서.......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가슴속에 쌓인 ‘순간‘들이 이렇게나 많다. 입술을 아프도록 깨물고눈 감은 서정을 바라봤다. 술에 취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말끔한 얼굴. 이 사람을 왜 좋아하는지, 이유는 끝이 없다. 단순히 자신에게 잘해 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와 호감 정도가 아니었나보다. 어느새 감정 하나가 덜컥 생겨 버렸다. 비밀스럽게 취급해야 할, 무슨 일이 있어도 서정이 모르게 해야 할 감정. -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