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많은 것이 변했다. 틈이 날 때마다 읽은 많은 책들, 그 안의 문장들, 문장을 이루고있는 단어들. 승혁은 책을 읽으며 낯선 표현들에 대해 학습했다. 캄캄한 밤 홀로 누워 감내하던이름 모를 것을 고독이라 칭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배가 고플 때에도 배움에 대한 욕망이생길 때에도 누군가의 애정이 그리울 때에도 ‘허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음도 배웠다. 외로움과 허함을 배우고 위로와 포옹도 배웠다.
그 사람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 웃을 때마다 가볍게 휘어지는 눈과 목소리 높낮이 하나하나가전부 신경 쓰이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게 알았다. 이름을 알게 되면 더사무친다는 것도 알았다. 그 모든 것을 알려 준 서정이, 자신을 놓고 훌쩍 떠나 버렸다는 게 야속했다. 그럴 자격이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서운하고, 밉고, 슬펐다.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까. 서정이 사라진 지 보름째 되는 날의 해가 졌을 때, 승혁은 서글피 생각했다. 언질조차 하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났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쓴맛 감도는 입 안에서 마른 혀가 움직였다. 서정. 안에 고인 소리가 다물린 입술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아우성을 쳤다.
만약 정말 다시는 못 보게 된다면. 그렇게 가정하자 또다시 머물 곳이 사라진다는 막막함보다도 말로 한번 꺼내 보지도 못한 마음에 대한 아쉬움이 먼저 일었다. 글로만 써 왔던 그 애달픈감정들. 이렇게나 후회될 줄 알았더라면 미친 척 말이라도 해 볼걸 그랬다. 그러니까, 서정이떠날 줄 알았더라면.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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