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6
알베르 카뮈 지음, 이기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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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이방인 #문학동네 #책스타그램

뫼르소가 독방에서 우연히 찾아낸 신문조각 속 사건 기사가 눈에 밟혔다. 이는 마치 이방인 전체 이야기의 모티프와 같은 소설 속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문장 하나와 하나 사이에 무려 25년이 점프하는가 하면, 한 문장으로 살해하고 돈을 털고 시체를 유기하는 내용을 욱여넣었다. 무엇보다도 '장난삼아' 행한 일 하나 때문에 이 모든 비극이 초래되었다는 대담한 함축, 그건 꼭 '태양 때문에' 총을 발사했다는 뫼르소의 이야기 중 한 버전과 같다.

이방인, 혹은 이인의 1부와 2부는 뫼르소가 겪은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다른 호흡으로 다룬 두가지 버전이라 해도 될 거다. 불연속적이고 혼란스러우며 쉼없이 변화하는 감정선을 따른 뫼르소의 내면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한 게 1부라면, 그 결과값인 행동간의 인과와 논리를 상식과 당위에 맞게 부여하는 것이 2부. 어머니의 죽음과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고 바다 수영을 하거나 연애를 시작한 등의 개별 사건들이 '그리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고리로 엮여 스토리를 만든다. 그게 인간이 타인과 사건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단죄하는 유일한 접근법이다.

2부에선 사실상 뫼르소란 사람이 존재하는 대신 사람들이 재구성한 스토리만 존재한다면, 엄밀하게 1부는 스토리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뫼르소의 내면에 대한 자동기술과 뚝뚝 끊어지는 사변들. 인과와 선후가 명료하지 않고, 뫼르소는 시종일관 자신은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고 구별짓지도 못한다는 점을 감지한다.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삶은 그저 어제와 내일 사이의 감각일 뿐. 그게 뫼르소가 이방인이란 의미, 사람이 사람에게 이방인이란 의미일지 모른다. 그런 뿌옇고 몽롱한 혼돈 속에서 타인을, 사람을 이해하려거나 보다 실제에 가깝게 묘사하려는 사람은 법정에 나선 그의 친우들과 같이 외마디 감탄사나 눈빛 밖엔 가진 게 없다.

한편으론 사실 같지가 않지만, 또 한편으론 당연지사였다는 게 뫼르소가 이 신문기사에 대해 내린 결론. 그리고 조금은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단 건, 어쩌면 그 시간과 인과를 넘나들고 구축하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뛰어다니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표한 걸까. 알 수 없다. 그의 감정과 문장 사이, 문장을 사이에 둔 나와 그 역시 그만큼의 거리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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