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1/2'(존 밀턴); paradise lost. 17세기 작가의 기독교 서사시 이름말고 속알맹이도 한번 펼쳐보고 싶었다. 성경의 창세기를 다시 읽는 건가, 그것도 종교적 비유와 인용을 무지하게 곁들인 만연체로? 싶은 부분들은 생각보다도 더 끔찍했다. 그렇지만 의외로 매혹적이던 스토리는 사탄이 천상에서 쫓겨나는 부분, 일종의 창세기 프리퀄이랄까. 제목(paradise lost)에 대한 인본주의적 해석 대신 악마본위의 해석을 꾀하기에도 충분할 만큼, 여기서의 낙원은 타락천사들의 그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