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인간 -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2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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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주에 갇혀죽은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의 죽음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소재였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여태 그 죽음을 초래한 이유와 맥락에 대한 엄정한 학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 왜 죽었는지. 왜 하필 뒤주에서였는지. 한중록이나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1차 사료에 대한 검토조차 부실한 차원의 인식에 그쳐 있었단 지적이다. 와중에 대중역사서를 표방한 '사도세자의 고백'같은 책이 인기를 얻으며 그런 인식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게 저자의 우려다.

예술의 차원에서라면 사도세자가 당쟁의 희생양, 혹은 광인, 아니면 최근 영화에서처럼 과잉한 교육열의 피해자로 표현되던 문제될 게 없겠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가 이는 허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예술이 이를 본성에 따라 아무리 비틀고 뒤집어보아도 역사 자체를 왜곡하여 전달한다는 비난은 부당하단 이야기다. 물론 유아인의 사도세자가 그 역사적 인물에 꽤나 높은 (근거없는) 호감과 공감을 부여한다거나, 누군가는 그런 예술작품을 실제 역사적 사실의 반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뭐, 할 수 없다.

그 와중에 픽션이라 불리길 거부하거나 영악하게 팩션 따위 얼버무린 단어를 동원해 역사를 대중화한다는 책들의 범람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역사대중화는 대중의 역사적 관심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학문의 영역에서는 아무리 재미없고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결론일지라도 그걸 끝까지 엄정하게 좇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엄정한 방법론은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지의 전범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참신하고도 재미있는 해석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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