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발견 -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
최정운 지음 / 미지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한국인의 탄생'에서 다뤄진 근대사에 뒤이어 문학작품에 반영된 한국 현대사를 다룬 책이다. 역시나 문학을 통해 시대정신과 한국인의 변화되는 모습을 읽어내는 건 흥미로웠다. 현대로 넘어올수록 선택된 소설이 좀 억지스럽다거나 의아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전작에 비해 현대사가 워낙 인화성 높고 정돈되지 않은 이슈들이 많다 보니 더 재미있었던 듯 하다.
.
제법 도발적인 해석들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그중에서도 419와 516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419 이후의 짧은 제2공화국은 사실 도시 빈민의 폭동이었으나 지식인계층이 적극적으로 대학생 주도의 독재타도운동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순치했다는 거나, 516쿠데타를 불가결했던 혁명이었다며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거다. 게다가 516은 419와는 전혀 무관한, 미리 준비된 독립적인 사건이었단 주장이니,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게 한다.
.
학문적으로 '혁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자칫 그 단어를 516에 붙였단 것 자체로 역정을 낼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뉴라이트류의 정파적 이해에 갖다붙이기 쉬운 인화성 높은 포인트였다. 전체적인 논지와 흐름을 고려하자면 충분히 쓸 수 있는 표현이고 설득력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전체적인 흐름과 문학에서 빌어온 그 근거들이다.
.
인과관계인지 연관관계인지, 그야말로 조응이라는 단어의 모호함을 가진 당대 사회현실과 선택된 문학작품 속 현실묘사에 기대어 역사를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심이 드는 것이다. 저자의 역사관에 따른 국면을 미리 정해두고 그에 걸맞는 작품들을 골라 그 방향으로 해석한 건 아닌가. 두가지의 선택이 이루어진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당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 선택할지, 각 작품이 보여주는 스냅샷들을 엮어서 어떻게 이야기할 건지. .
한국 현대사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한 메타포로 문학작품을 취사선택해 끌어쓰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학 작품은 뒤로 물러난다. 사실 동일 시기의 작품이라도 작가에 따라 구현하는 인물상이 다르다. 그중에 어떤 것을 구현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상으로 세우고 어떤 것을 기각할 건가. 작가들은 시대를 실제 살아갈법한 인물을 포착한 건지,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물을 주조해낸 건지에 대해서는 어떤가.
.
그에 더해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엘리티시즘과 안이한 역사 인식을 짚어둔다. 지식인의 역할과 역사의 주체에 대한 고전적인 이야기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 현대사가 작가를 포함한 지식인 집단의 거대한 기획이자 작품이었던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손쉽게 조선시대를 정체의 시기로 간주하는 안이함이라니. 1960년대 중반에야 16세기 이래 최초로 희망이란 걸 가졌다는 과다한 표현은 '단군 이래 어쩌구'라는 식의 호들갑을 떠올리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