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4
윌리엄 포크너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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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중반 미국, 남북전쟁의 명분과 결과를 단순히 노예 해방이란 말로 퉁치기는 어렵다. 황무지를 개발하고 공장에서 기계를 돌릴 대량의 임금노동자를 필요로 하던 북부 사람들과 소규모 농장 단위의 노동집단을 경영하던 남부 사람들간의 사고방식, 생활방식과 자연관이 경합한 사건이란 게 맞을 거다. 흑인노예의 해방은 그저 농장에서 공장으로의 이전에 불과했달 수도 있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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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너는 무려 사람의 이름이 붙은 노회한 곰 '올드벤'을 쫓는 소년의 성장기, 그리고 삼대에 걸친 그의 가정사를 통해 남부의 삶과 변화하는 모습을 남부의 시각으로 담담히 보여준다.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곰사냥이 사실 눈앞에 곰을 쏘지도 못할만큼 대자연에 대한 압도감과 경외감을 깨우치는 경험이라면, 흑인을 사고팔며 수탈해온 가족사를 직시하는 건 신을 따르는 삶에 대한 반성과 고심의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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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대목처럼 남부인들이 전쟁에 나선 건 자신들이 정의롭다거나 흑인노예가 정당하다고 생각해서만은 아닐 거다. 그저 '옛날부터 사람들이 항상 전쟁에서 싸우고 죽고 해왔던 이유', 현상유지를 위해서라거나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등등의 목적을 내세웠을 뿐. 남부고 북부고 사람에게 필요한 건 그 와중에 반성하고 성찰하는 삶, 타인과 자연에 대한 태도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숙고였을 터. 소년이 택한 답은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절제하는 삶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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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크너의 책들을 휴가때 바리바리 챙겨간 건 전적으로 영화 '버닝' 덕분, 소년의 성장 혹은 변이와 세상의 변화를 한데 엮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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