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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하얗다는 것과 희다는 것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하얀 것은 어딘가 따스한 느낌이다. 하얀 눈, 하얀 털의 고양이, 하얀 그녀의 얼굴..
흰 것은 어딘가 쓸쓸하다. 흰 눈이 내리는 풍경, 흰 도화지, 흰 벽..
한강의 소설은 희다. 하얗지 않다.
이 쓸쓸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쓸쓸한 이야기는 읽는 이들의 마음도 희게 만든다.
나는 도대체 한강의 마음은 어디까지 희고 어디까지 하얀지 궁금하다.
그녀는 누구이기에 흰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걸까?
그는 흰 것을 상상했을까? 흰 것을 겪었을까?
그녀는 흰가? 하얀가?
흰색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빛의 삼원색으로서 흰색은 모든 색을 품고 있다.
흰 도화지는 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흔히 아이들을 백지에 비교한다. 뭐든 될 수 있다.
뭐든 될 수 있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나의 마음은 흰색인가?
희지도 하얗지도 않은, 그렇다고 검지도 않은 우리의 얼굴은, 무슨 색인가?
세상을 향해 그저 그렇게 탁해진 채로 하루하루 연명할 뿐이다.
어떤 색을 칠하는지도 모른 채 늘 되는 대로 내뱉고, 튀어나온다.
흰색에서 시작하여 검은 것을 지나 우리는 다시 희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