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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4월
평점 : 
우리 사회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뭔가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나라가 부유한 것 같고 뭐 이것저것 잘 하는 것 같은데 막상 우리네 삶은 너무 팍팍하고.. 그 누구보다 죽어라 일하지만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이 땅에서의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삶이란 원래 그렇게 고대로부터 팍팍했던 것이긴 하지만(feat. 홍대선, <한국인의 탄생>),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도 우리 사회는 왜 자멸의 길로 달려가고 있을까? 왜 우리는 이렇게 어렵고 힘든 삶을 강요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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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제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불과 10년~15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사회적 선택'이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결혼은 때 되면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결혼은 사회적 선택의 범주에 속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개인적 선택'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압력이 적어지니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부분적으로는 타당한 설명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빠진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왜 개인들은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이 땅에서 결혼이란 '가장 비싼 선택'이라고. 결혼이 너무나 비싼 선택이 되었으므로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비합리적인 선택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2000년대 이전의 '사회적 선택'으로서의 결혼은 그렇게까지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해야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관념이 주류였으니까. 그렇기에 사회적 선택이 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억압적인 사회라도 그런 엄청난 비합리성을 강요할 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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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뿐만이 아니다. 세금, 수도권 집중, 노동시장의 저생산성, 시험과 공정담론 등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문제가 얽혀 있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처방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돈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의 문제냐? 라고 쉽게 폄하해 버려선 안 된다. 우리는 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형편에 맞는 합리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합리적 선택이 모인 결과로 공동체의 소멸이라는 선택이 되어 버린다. 그 누구도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선택들로 인해 이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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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어조는 매우 거칠지만(그것도 마음에 든다), 데이터는 명백하고 추론은 탄탄하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왜 이 모양 이 꼴인지에 대해 평소 조금이라도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면 반드시 읽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