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깨물어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트와일라잇의 엄청난 성공 이후 그 인기는 더욱 거세져서 서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뱀파이어 소설은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코믹 판타지라는 장르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녀석이 나타났다.

코믹판타지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시리즈로 “흡혈광 녀석들, 너, 재수 없어, 날 깨물어줘”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이다. 제목도 표지도 신선함으로 똘똘 뭉쳤다. 거기에 B급 무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일까? 그런데 남편의 느낌도 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이 책을 놓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무겁고 슬픈 것을 작품성과 일치한다. 그러니 코믹에다가 판타지라는 장르까지 접목시킨 이 작품의 이미지는 더욱 그 올바른 값어치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우리 부부 역시 나름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1권. 흡혈광 녀석들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조디.

신출내기 뱀파이어 조디는 모든 것이 서툴고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그래도 피에 대한 갈망과 낮에 그녀 대신 일을 맡아줄 똘마니(2권에 등장하는 애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죠.)를 찾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렇게 조디와 토미는 만납니다. 토미는 작가의 꿈을 안고 헐리우드로 향하던 중 생명이 다한 차가 멈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합니다. 홀로 타지에서 보내던 그에게 충직한 부하 견 버머(보스턴 테리어)와 라자러스(골든 리트리버)를 둔 황제(일반인이 보면 딱 미친 사람이죠)의 소개로 마트의 야간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죠. 거기서 밤마다 온갖 식품과 물품으로 야간 볼링, 투석놀이를 하는 애니멀스 무리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들과 신기한 모험의 세계로 빠지게 됩니다.

조디는 죽어가는 이들의 피로 허기를 달래고 가끔 토미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 주변에 피를 모두 빼앗긴 사체들이 발견됩니다. 이건 누가 보아도 그녀를 겨냥한 일이죠. 경찰과 사람들의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게 하는….

 

2권 너, 재수없어

1권에서 토미는 조디를 구하기 위해 애니멀스와 함께 늙은 뱀파이어를 소탕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조디는 같은 종족으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와 떠날 것임을 공표하며 늙은 뱀파이어, 엘리야 벤 사피어를 구한다. 그런데 토미는 조디가 떠나는 것이 두려워 그녀와 늙은 뱀파이어가 잠(정확히 잠은 아니고 그냥 무(無)의 상태)에 빠졌을 때 괴짜 예술가들의 힘을 빌어 청동상으로 만들어버린다. 해가 지고 의식이 깨었을 때 토미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조디의 동상에만 귀를 뚫어놓는데 그 구멍으로 안개가 되어 나온 조디는 토미를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조디 역시 토미를 사랑하고 그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고 그녀가 느끼는,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뱀파이어 감각을 함께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토미는 절망하지만 이내 조디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똘마니 애비 노멀을 구하고 피의 공급자로 거대한 고양이 체와 술고래 주인을 선택한다. 애비는 조디와 토미를 백작 부인, 어둠의 주인이라 칭하며 그들을 숭배하는데 까칠하고 생뚱맞은 그녀의 등장은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는다. 거기에 엘리야의 재산을 나눠가졌던 애니멀스의 모든 돈을 탕진하게 만든 창녀 블루가 등장한다. 그녀는 토미를 납치하고 뱀파이어로 만들어달라며 토미를 협박한다. 토미는 그 방법을 모른 채 블루를 목을 문다. 그리고 짧은 입맞춤. 죽었다고 생각한 블루가 뱀파이어가 되고 그녀는 애니멀스를 자신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뱀파이어로 만든다. 점점 늘어나는 뱀파이어들, 대책 없는 순간에 트와일라잇의 볼트리가의 분위기를 풍기며 긴 망토를 입은 세 명의 뱀파이어가 황제가 있던 부둣가에 나타나는데….

 

3권 날 깨물어줘

2권에서 갇혔던 엘리야도 우여곡절 끝에 동상에서 빠져나오고 조디와 토미의 아지트로 향하던 중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들의 피의 공급자를 애용한다. 조디와 영원을 함께 보낼 거라고 생각했던 엘리야는 오히려 블루와 함께 세 명의 뱀파이어가 몰고 온 요트에 탑승한다. 그러나 엘리야는 세 명의 뱀파이어에게 거짓말을 했다. 고양이 체와 조디와 토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세 명의 뱀파이어는 모두 알게 되었고 그들과 비밀을 알고 있는 애니멀스, 형사 리베라와 카부토까지 모두 없애기 위해 다시 부둣가에 등장한다.

토미가 조디에게 했듯이 애비가 토미와 조디를 청동으로 만들어버린 상태에서 조디와 달리 안개로 변할 수 없었던 토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조디의 도움으로 청동에서 벗어나자마자 동물적 감각으로 뱀파이어 고양이들과 동거를 한다. 그리고 고양이 체의 언어적 자극에 의해 토미는 서서히 인간적 감각을 받아들이게 된다. 뱀파이어 고양이들이 안개가 되어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동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격함으로써 거리엔 재와 옷가지들이 넘쳐난다.

1~2권에 비해 굉장히 스케일이 커진 이야기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바로 3권이다.

 

1권의 엔딩에서 토미가 뱀파이어가 되더니, 2권 엔딩에서는 고양이 체가 뱀파이어가 되어 등장하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사건은 점점 커지면서 이야기는 아주 재밌어진다. 이 책은 마치 미드가 시청률을 잡기 위해 쓰는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또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이야기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조디, 토미, 황제, 애니멀스, 애비, 블루, 엘리야도 멋진 캐릭터지만 천재 동양인 청년 스티브(애비는 그를 푸라고 부른다)의 등장은 조디와 토미의 사랑과 비교되는 애비와 스티브의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 또한 사무라이 오카다의 갑작스런 등장은 황제를 구하고 조디를 구한다. 신비스런 등장만큼이나 오카다란 캐릭터의 매력은 조디와 나누는 멋진 정신적 교감을 넘어선 그 무엇을 보여준다. 또한 마케다, 롤프, 벨라 세 명의 신비한 뱀파이어군단은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여 멋진 이야기의 결말을 고양이 체와 함께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어의 장벽, 번역의 한계, 문화적 차이로 코믹적인 요소를 100%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 시리즈를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극과 달리 희극의 한계, 코믹적 요소가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뱀파이어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 인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웃음 뒤에 감춰진 철학적 문제들이 스멀스멀 나온다.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마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그 안에 담긴 것마저 가볍지는 않은, 아주 멋진 시리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