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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평점 :
<인생이 있는 식탁>.
요리책인가 집어 든 이 책은 뜻밖에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로 나를 매료시켰다. 요리에 어울리는 사람, 때론 사람에 어울리는 요리를 소개하는 그녀의 모든 에피소드는 통통 튀는 문장으로 중무장하여 독자를 유혹한다. 읽다보면 이것이 소설인가 싶을 만큼 뛰어난 은유문장도 심심찮게 보이며, 요리를 소개하는 문장 역시 남다른 문장력으로 맛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까지 불러일으킨다.
‘한겨레신문’ 주말 섹션 esc에 연재되었던 ‘나랑 밥 먹을래요?’를 책으로 편 것이라는 서두가 믿어지는 대목이다. 작가의 문장력이 뛰어나고 상큼 유쾌 발랄하기까지 하다.
인생, 우정, 사랑, 위로라는 네 가지 주제로 다양한 요리와 그 요리에 어울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시작은 초밥이었다. 단골 초밥 집에서 막내 주방장이 만든 초밥을 즐기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상 최고의 맛’이라고 자부하는 그 맛은 노력이 가득 담긴 맛이며 작가의 마음을 치유한다고 했다.
“그의 초밥을 한 알 두 알 먹다 보면 우울함이 서서히 1층으로 올라와 공기와 섞이는 순간을 맞는다. 맛에서 희망을 찾는다.”(본문 17쪽)
작가의 글 솜씨는 물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에피소드다.
이런 에피소드는 닭요리에서도 나온다.
“어머니는 딸에 대한 걱정을 닭볶음탕에 담아 내놓았다. 그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짜고 맵고 인공조미료 향이 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본문 45쪽)
때론 나를 막 대한 선배와 막 거른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한다.
우정의 식탁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장 많이 가는 장이다.
결혼을 하고 고향을 떠나면서 친구들과 멀어졌다. 물론 지금도 연락하고 고향에 갈 때마다 만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스치듯 사라져 간 인연 역시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쌓였다. 작가에게도 그렇게 떠나보낸 인연들이 요리들과 함께 소개되었고 역시나 사람과 요리, 감성을 표현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문장 역시 빛이 났다. 예를 들어 차돌박이를 소개하는 장에서 “나는 나의 파수꾼들을 위해 번개 같은 속도로 고기를 구웠다. 이를 꽉 깨무는 재미와 혀를 달구는 촉각과 목을 타고 넘어가는 기쁜 체념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본문 104쪽) 말이다.
처음 느낌 그대로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은 채 매력과 멋을 간직하는 책 <인생이 있는 식탁>.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맛 나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 든다.
** 작가가 이야기나 구성력이 좋다면 소설도 한 번 써보길 바래본다. 그렇다면 아주 유쾌하고 재밌는 작품이 나올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