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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어 - 스피킹용 단어모음
이시원 & 시원스쿨 교육컨텐츠 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는 나를 참 힘들게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오히려 전공과목에 밀려 분량이 확 준 덕에 학점을 제대로 받았지만 중고등학교 때 영어는 내 고개를 힘없이 숙이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거기에 일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 사람과 접하는 일이 하나 둘 생기자 영어는 그 자체로 내게 악몽이 되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그 버거움에서 벗어나자 이제는 좀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내 욕심이 나타났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여행을 꿈꾸면서 언어의 장벽은 내 앞의 큰 걸림돌이 되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조금만 기다려라, 통역기(요즘엔 어플)이 조만간 나온다며 걱정할 일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계산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알고 사용하는 것과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정답이 있는 수학문제가 아니라 언어라면 오류도 꽤나 발생할 텐데 그것조차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불 보듯 뻔한 결말이 내 눈에 보인다.
이런 생각으로 회화 위주의 공부를 여러 차례 도전한 나.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았다. 일단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잊어버리는 게 반이 넘었고 꾸준한 회화공부라는 것이 실용성을 많이 벗어나기 일쑤였다. 거기에 자꾸 잊어버리는 어휘는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그때 마침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림이나 영상으로 단어를 설명하니 상황에 맞춰 쉽게 단어나 문장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에는 한정된 단어와 문장만이 있을 뿐 그 화면과 다른 상황에서는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내게 마치 신의 계시처럼 <만화영어>가 뚝 하고 떨어졌다.

소문이 자자한 시원스쿨에서 내놓은 <만화영어>는 동작을 설명하는 그림, MP3 음원을 제공함으로써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특성은 일상용어 중 사용 빈도수가 비교적 높은 동사(숙어)를 담음으로써 실용성을 높였다. 스피킹용 단어모음이란 부제가 왜 달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일 10개의 단어로 총 120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본인의 수준에 따라, 수업 강도에 따라 적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이면 모든 것을 마칠 수 있다. 또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영문법적(대명사의 위치에 대한 설명) 접근이 아닌 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은 특히나 높게 평가한다. 경험상 문법은 자연스럽게 익혀져야지, 문법을 배워서 회화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이 책의 단어와 사랑에 빠질려고 한다. 그리고 시원스쿨 담당자에게 부탁의 말씀이 있다면 만화영어 시리즈로 형용사편을 꼭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설명을 하려하면 형용사가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만화영어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오길 바래본다. 그렇다면 나는 신바람 나게 영어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