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명화 101
김필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명화. 미술 교과서를 의무적으로 보는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찾아서 보려는 의지도 없었던 세계. 음악과 미술은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세계다. 그러나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 있는 음악과 미술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에 목마른 갈증을 느끼게 되고, 직접 찾아가서 볼 수는 없지만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책을 보기 시작했다. 해설이 곁들인 책은 미술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작품을 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버릇 때문에 한 번 보고난 작품의 이름과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러 권의 책을 접하다보니 하나씩 눈에 익는 작품이 생기고, 한 명, 두 명, 작가의 이름도 작품의 제목도 외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만난 <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 명화 101>은 그 중에서도 작품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큰 사이즈에 친절한 작품 해설로 가히 내가 접한 책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경험한 것들을 나열해본다면,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또 한 권의 책이 탄생할 것이다. 그래도 예를 들어본다면,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최후의 만찬’과 달리 처음 봤다.

‘아, 나의 얕은 미술 수준이 들통 나는 경험이다.’

<아테네 학당>은 눈에 익은 작품이지만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뛰어난 화가였던 라파엘로의 작품이라는 사실과 작품 속에 수많은 철학자와 미켈란젤로를 찾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해설이 없었다면 <시스티나 마돈나>의 경우, 구름 뒤 수많은 인간의 영혼들은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비너스와 큐피트가 있는 알레고리>(아그놀로 브론치노)는 해설을 읽기 전에 큐피드를 다른 인물로 오해했다.

데생 없이 직접 캔버스에 물감을 그리는 화가 카라바조, <매장>은 해설을 통해 등장인물을 파악하고 나니, 그림이 더 잘 이해가 되었다.

<동방박사의 경배>는 그림도 처음이지만 동방박사의 여러 가지 설과 미술적 표현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뜻하지 않은 지식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물론 모든 작품이 생소하지는 않다. 그 전에 이미 내 안에 가득 담긴 램브란트, 피카소, 밀레, 마네, 세잔, 고갱, 고흐, 클림프, 달리 같은 화가와 작품이 모두 익숙한 경우들도 있었지만, 화가보다 작품만 기억하는 진주귀걸이 소녀,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 벌거벗은 마야,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의 미적 호감도를 알게 되었다. 모네, 드가, 르누아르에 이어지는 인상주의는 시력이 나빠지는 느낌이 들어 별로였지만, 후기 인상주의인 앙리 마티즈의 <푸른 누드Ⅳ>는 심플함과 블루 느낌을 좋았고, 반면에 너무나 단순한 <검은 원>은 별로였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예전에 처음 봤을 때도 익숙했는데, 아프리카 가면, 조각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그 영향을 함께 받은 화가와 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기를 통해 작가가 이 전에도 한정 출판하여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줬다는 책이 있었고 그 2탄으로 이번 책까지 그렇게 배분될 예정이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이 훌륭한 책이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을 뻔 했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구어체 문구에 손자, 손녀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화자의 친절한 설명은 나 같은 미술 문외한에게도 낮은 문턱으로 미술계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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