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제인 에어
실라 콜러 지음,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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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은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의 과제물로 억지로 읽은 고전이다. 독후감을 썼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그저 그런 고전 중에 하나로 내 머릿속에 잠시 있다가 사라진 책이다. 그런데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집안에 세 작가, 작가로서 성공했으나 여자로서 불운했던 브론테자매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다시금 기억을 하게 되었다. 19세기 잉글랜드 가난한 목사 집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형제, 자매들을 모두 잃고 그녀마저 젊은 나이에 생을 다한 <제인 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의 이야기는 그녀의 작품보다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 소설은 작가에 의해서 창작된 허구의 세상이지만 작가의 인생은 현실로 그녀의 아픔과 절망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녀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 나왔다.

 

 

실라 콜러의 <비커밍 제인 에어>.

실존인물들의 단순한 전기문과 달리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샬롯,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는 바로 그녀들의 명작이 탄생되는 과정과 더불어 그녀들의 비밀스런 사생활을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실라 콜러의 <비커밍 제인 에어>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동시 상영되듯 절묘하게 이야기된다.

샬롯과 에밀리, 앤, 그리고 브랜웰.

세 자매는 매일 글을 쓰고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며 작품을 매일 써나간다. 그러나 샬롯의 남동생이자 에밀리와 앤의 오빠인 브랜웰은 알콜에 의지한 채 삶을 허비한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죽은 아내와 브랜웰을 바라볼 뿐 세 자매에게는 무심하다. 그런 가운데 샬롯도 브랜웰도 사랑의 아픔을 느낀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은 같은 아픔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그들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결국 아내와 여섯 자식(샬롯의 언니 두 명도 이른 나이에 죽었다.)을 모두 먼저 떠나보낸 자리에는 아버지와 샬롯과 짧은 결혼 생활을 했던 남편만이 남았다.

 

실라 콜러의 상상은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 빈 곳을 채워 넣는다. 그러나 그 빈틈을 우리의 또 다른 상상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다. 아직 브론테 자매의 삶은 여전히 비밀스럽고 그녀들이 남긴 명작의 감동은 더욱 짙다. 그러니 그녀들의 이야기를 실라처럼 독자가 틈틈이 더 채워 넣는 것도 좋으리라. 독자가 상상하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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