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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책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다룬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는 내가 몇 해 전에 우연히 접한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책이었다. 이것도 운명인지 이 책의 저자 앨리슨 후버 버틀릿도 내가 읽은 그 책을 좋아하노라고 밝혔다.(본문 226쪽)
책을 훔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로 <젠틀매드니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지만 내용과 줄거리, 캐릭터들이 좋아서다. 그런데 책을 읽지는 않고(너무 많이 수집하기 때문에 읽을 시간이 없노라고 생각하고 싶다) 수집하는 데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실제로 소유하고픈 마음에 절도까지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니….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에서는 실제로 책을 훔치는 젊은 남자와 서적상이자 책 탐정인 한 남자(샌더스), 그리고 그들을 인터뷰한 작가의 시각만이 존재하는 책이다. 어쩌면 너무나 단순한 구조다. 그러나 소설과 달리 실제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책 도둑 존 길키는 소설의 주인공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이게 실존인물의 한계일지 모르지만, 길키는 그래도 조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로 불릴만한 전력도 없고(그렇다고 그가 저지른 범죄가 결코 작은 일은 아니다.) 그의 소장품의 비밀도 작가는 풀어놓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이런 단점이 바로 곧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길키는 그 특유의 도덕적 가치관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없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그의 미래는 그의 가치관으로는 도덕적이고 평등적이지만 결코 세상의 기준으로는 합법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길키를 잡았던 은퇴한 책 탐정 샌더스의 촉각은 여전히 민감하다.
몇 년 후에 우리는 작가를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책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책 도둑을 향한 중세 독일인 필경사의 글을 올린다.
이 책은 나 이외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안쪽에서 볼 수 있는 건 내 이름이니까.
이 책을 훔친다면, 혹시라도 그런다면,
네 목이 높이 매달리게 될지어다.
그러면 갈까마귀들이 몰려와
네 눈에 달려들어 파헤져낼지어다.
그러면 넌 비명을 지르게 되리니
“으악, 으악, 으악!”
기억하라, 넌 이 고통을 당해 마땅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