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츠나구.

사자.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단 하루. 단 한 사람.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남은 사람들의 두려움과도 상관이 있다. 그렇기에 문학 작품에서 죽음은 언제나 새로운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소재다.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츠나구> 역시 죽음이 소재다. 1980년대 생이라는 비교적 젊은 작가인 그녀가 펼쳐 놓는 죽음의 이야기는 산 자들,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네 명의 산 자들이 떠난 네 명을 만나려고 한다.

아이돌의 본분에서 히라세 마나미는 연예인 미즈시로 사오리를,

장남의 본분에서 하타타 야스히코는 어머니를,

단짝의 본분에서 아라시는 친구 미소노 나쓰를,

기다리는 자의 본분에서 쓰치야는 실종된 연인을!


작가는 처음부터 독자의 예상을 비껴간다.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단 한 번의 기회 밖에 없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 만남에서 히라세와 미즈시로는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 팬과 연예인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사이다. 또한 하타타의 어머니는 살았을 때 그녀의 죽은 남편을 만났고 아들에게 츠나구를 소개했으며 죽어서는 아들이 죽은 그녀를 찾아왔다. 아라시는 단짝이었던 친구의 죽음을 갈망했다. 그리고 죽은 친구를 만나러 왔다. 쓰치야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연인을 츠나구를 통해 만난다. 그녀의 생사를 이렇게 확인하게 된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츠나구의 신분이 10대 고등학생 아유미라는 캐릭터 역시 범상치 않다. 모두 할머니의 목소리를 접하고 만남을 고대하던 고객들에게 아유미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또한 마지막 에피소드로 츠나구의 전설, 할머니와 손자 아유미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작품 전체를 개연성 있게 이끌어준다.


단편 네 개가 하나의 큰 이야기 속 이야기를 구성하며 독자들이 쉽게 작품을 읽고 짧은 호흡으로도 충분히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전형적인 일본 소설의 장점을 가진 <츠나구>는 그래서 독자들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한국에 소개되는 일본 작가들의 스펙트럼이 나날이 넓어지는 것은 이런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재에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연극무대를 중심으로 일본 작품들이 한국 배우들에 의해 올려지고 있다. 그것은 일본 작품들이 한국 작품에 비해 다양한 소재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소재의 신선함과 그와 더불어 ‘이야기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극에서 드라마 영화까지 일본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입장에서 일본 소설 속에서 그 힘의 원천을 먼저 접하는 것이 어떨까?

바로 <츠나구>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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