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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없는 세계 - 중국, 경제, 환경의 불협화음에 관한 8년의 기록
조나단 와츠 지음, 윤태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껏 표지에 나타난 각종 문구들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가장 적절하게, 가장 제대로 표현한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경제, 환경의 불협화음에 관한 8년의 기록, 중국 없는 세계
470쪽의 본문과 80쪽의 주석, 그리고 엄청난 참고문헌들.
총 4부로 구성하여 중국을 남서부, 남동부, 북서부, 동북부 지역에서 저자가 직접 보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객관성을 유지하며 글을 써나갔다.
자연, 인간, 불균형, 대안이라는 주제로 나누었지만 결국 지금 중국의 경제발전 뒤에 가려져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으며 또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문제로 봐야하는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공산주의 국가, 천안문 사태와 같은 인권문제로만 다뤄졌던 중국이 지금은 미국과 환율전쟁을 하며 세계 경제 대국으로써 세계에서 중국의 입지가 나날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과 더불어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에 가려져 우리는 중국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유교를 전파한 중국이 이제는 돈이 된다면 강물에 폐수를 마구 버리는 기업을 유치하고, 희귀동물을 잡고, 하물며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피를 팔기도 한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귀동식물이 분포되었지만 양쯔 강 돌고래를 비롯해 많은 동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각종 수자원이 오염되어 식수난과 각종 질병들이 발생하고 돈에 피를 팔았던 마을은 에이즈마을이 되었다.
조나단 와츠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국민투표로 정권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내세워 독재를 합리화한다.”는 부분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공산당이 선거에 의해 뽑힌 당이 아니기에 경제발전을 계속 부르짖으며 국민과 지방정부의 눈치를 보는 한 편 주민들이 뒤늦게나마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면 힘으로 제압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공산주의 국가이면서 독재국가인 북한에 익숙한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모습이었다.
또한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서 물질주의가 만연한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상상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공산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의 결합은 ‘지피디즘(GPDism)'으로 나타난다. 즉,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희생하는 것이다. -P169>
그러나 중국 공산주의 화신처럼 받아지는 마오쩌둥 시절은 북한의 김일성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한 사람에 의해 추진되는 무분별한 개발은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마오쩌둥에 의해 시작된 티베트 철도와 각종 댐 건설(세계에서 가장 큰 댐 4만 5000개 중 절반이 중국에 있다.)은 지금까지 그 여파로 인해 환경파괴와 지진문제와 같은 환경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부실공사로 댐이 무너지며 인재까지 발생하는 상황은 마오쩌둥의 저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나마 1960년대 기아와 정치 혼란으로 여러 건설 사업이 중단되었고 두장옌 관개시설은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었다.(두장옌 관개시설은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과학적인 수리시설이다.)
또한 서양의 문학 속 ‘샹그리라’를 중국 지방이름으로 하면서까지 관광산업에 힘을 실으면서 또한 서양의 문화를 적대시했던 과거의 중국은 어디로 갔는지 의아스러웠다. 오히려 소수민족을 우대한다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환경파탄의 책임을 미루고 뒤로는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은 다른 선진국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제가 발전한 다음에 환경을 걱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유럽이나 미국은 공해산업을 아시아에 보냈다. 그러나 중국은 새로운 지역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중국의 거대함을 잊지 말자.
‘환경오염이 너무 심하고 폐기물이 많이 나와 다른 지역으로 공해를 전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183).’라고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진정한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더 이상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중국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며, 이것을 관망만 해서는 그 참담한 결과를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샤프와 형광펜을 들고 있었다. 본문과 주석을 가리지 않고 표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독을 하고 다시 한 번 밑줄 그은 부분을 읽으면서 또다시 읽기 위해 첫 장을 다시 펼쳤다. 그렇게 두 번 읽는데도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저자의 필력과 구성이 대단하고 또한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적절한 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석을 뒤쪽으로 구성하여 책을 읽는 내내 페이지를 옮겨 다니느라 힘들었다는 것이다. 주석을 본문 밑에 적기에는 주석의 양이 일정하지 않아 편집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그런 것 같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